통로 좁아 짐 싣기 불편…환승 요금도 부담
"시골의 차 없고, 돈 없고, 힘 없는 노인들만 고생시키는 거지. 도시의 돈 있고, 차 있는 사람들은 불편한 것 모를걸…."
20일 오전 시내버스 대신 봉동-제촌 구간을 운행하는 전세버스에서 완주군 봉동읍 제촌리 이상철씨(80)는 "시골노인들은 거의 버스로 일을 보는데 운행횟수까지 줄어들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녀. 전주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하니 돈이 더들고. 가끔 택시까지 타야 하니까 돈이 막 새나가"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9시 10분부터 기자가 봉동-제촌간 전세버스를 2시간여 동안 탑승해 보니, 손님 대부분이 70대 이상 어르신이었다. 방학중이라 학생은 아주 적었다. 이날은 봉동읍이 장날이어서 오전 10시 20분 제촌을 출발해 만동마을·역기마을 등을 거쳐 봉동까지 오는 동안 40여명이 탑승했다.
봉동읍 제네리 청강마을 이순녀씨(71)는 "그 전에는 전주에서 1시간에 1대씩 다녔는데, 지금은 2시간 40분 간격여. 버스 한 번 타려면 마음이 급하당께. 담박질 해야하고. 짐이 많은데 전세버스라 통로가 좁아 불편혀. 시내버스가 좋은디…."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전주로 가기위해 봉동터미널에서 내린 최광식씨(63·완주 봉동 주공아파트)는 "완주군의 시내버스 이용객은 차 없는 70대 이상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운행횟수가 적어진 시내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맹추위에 한참 떨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어르신을 고생시키는 이런 곳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 8일 전주·완주 일원의 상당수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 45일째인 이날 완주군에서는 전세버스 6대가 11개 노선을 운행했다. 전세버스는 파업 첫 날 21대에서 다음날 16대가 투입됐고, 이후 점점 줄어들었다.
그동안 공무원 2명이 '버스안내원'으로 근무했으나, 18일부터 시급 5000원의 아르바이트가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있다.
완주군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는 파업 이전에 거의 전주지역을 함께 운행했다. 하지만 파업으로 시내버스 운행횟수가 크게 감소하자 완주군은 봉동터미널과 삼례터미널, 신리면사무소앞을 중심으로 순환·왕복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해당지역의 군민들이 봉동·삼례터미널 등지에서 전주 경유 시내버스로 갈아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파업 이전 전주·완주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로 2000원(학생 800원)이면 전주 어디나 다녀올 수 있었지만 있었지만, 많은 주민들이 지금은 전주를 왕복하기 위해서는 4000원이 소요된다.
봉동-제촌 구간을 20회 가량 운전한 기사 김화종씨(59)는 "장날에는 시골 어르신들이 많이 타는데 평소에는 손님이 없다. 하루 9번 왕복하는데 5~6번은 10명도 타지 않는다"면서 "운행노선 정상화로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월급쟁이는 한 달 월급을 못받으면 1년이 힘든데 파업참가 기사들이 참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루빨리 파업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 뿐만 아니라 이날 버스에 탑승한 어르신들은 "노사가 서로 양보해 일단 버스가 다녀야 한당께"라고 입을 모았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