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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당 예금인출 처벌 근거 논란

검찰, 사회적 비난 높아도 범죄구성요건 어려워 '고심''용두사미' 우려…민사사건 과도한 개입 지적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28일 저축은행의 예금 부당인출 사태와 관련해 사흘째 관련자들을 불러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형사 처벌의 근거가 분명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영업정지 직전 예금을 찾아간 일부 예금주와 이를 도운 은행 직원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검찰 수사의 대상으로 삼거나 형사처벌할 법적근거는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럴 경우 수사를 계속해도 결과는 '용두사미'가 될 공산이 커 후유증이 지속될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기관 입장에선 자칫 들끓는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다가 본안사건과는 무관하게 관련자들의 개인 비리를 캐는 쪽으로 수사가 선회할 수도 있을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6일 예금 부당인출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처벌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은 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경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금융기관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지 검찰에서 할 얘기는 아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바로는 민사상 채권·채무 관계일 뿐 딱히 적용할 형사처벌 규정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채권자라 해도 민사상 문제에 검찰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수사권 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한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가감지된다.

 

한 부장검사는 "사실 이번 사건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금융당국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의 사안이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할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통상 검찰은 고소·고발로 입건이 돼도 불법성 여부와 형사처벌 근거를 먼저 따져보고서 해당사항이 없으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봐 무혐의 처리한다.

 

헌법상 원칙인 '죄형 법정주의'는 법에 정해놓은 범죄만을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적인 비난 가능성이 높아도 해당되는 죄가 없으면 처벌할수 없게 돼 있다.

 

검찰은 우선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임직원 중에 영업정지 사실을 고의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급격한 자금난으로 스스로 영업정지를 신청해웬만한 은행 임직원들은 영업정지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보 고의유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게다가 공무상비밀누설은 공무원만 해당하는 죄목인 데다 설령 다른 누군가가정보 유출을 교사해 빼냈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어 죄를 묻을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판례다.

 

법조계는 관련 은행 직원이나 예금주의 처벌 가능성은 훨씬 더 낮게 본다.

 

검찰도 이들에 대한 처벌 근거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실효성 있게 검토될 수 있는 게 '사문서위조죄'인데 연락되지 않는 예금주나 친인척, 지인 계좌에서 인출 요청 없이 임의로 예금을 찾은 은행 직원에게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예금지급청구서 등의 이름이나 서명 등을 직원들이 임의로썼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 중이다.

 

이밖에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알린 은행 임직원들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배임죄는 회사에 손해를 끼쳐야 성립되는 범죄인데예금주들이 본인이 맡긴 돈을 찾아간 것이어서 은행이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어범죄 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 미리 예금자 보장금액인 5천만원 이상을 빼냄으로써 부족한 은행 잔고를 메워야하는 예금보험공사의 부담을 늘렸다거나,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업무를 방해했다고 봐 각각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역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예금주의 경우 관련 은행 직원의 범죄가 입증되면 '공모'나 '방조'로 걸 여지가있는 정도지만 역시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영업정지 직전 예금을 인출해간 예금자들을 상대로 차명계좌 여부 등 관련 계좌 자체의 불법성 여부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설령 차명계좌로 확인돼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계좌를 개설해준 은행과 은행 직원에게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여야 국회의원과 금감원 간부, 지방자치단체장 등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가족 명의의 계좌를 갖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이 이들중 예금 부당인출 사례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부정행위가 있는지를 조사할 가능성이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자칫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한 '표적수사'나 본안과 무관한 '별건수사'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어 검찰로선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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