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전북대 교수, 시집 '나비 크로키' 펴내
40여 년 시밭을 기웃대면서도, 시쓰기는 미뤘다. 이유는 하나. 시인 자격으로 '발가벗고' 나설 용기가 없었다. 김영재 전북대 영문학과 교수(64)가 '이리저리 돌무덤 사이 비집고만 다니다' 만용에 가까운 객기를 부려 첫 시집'나비 크로키(신아출판사)'를 내놓았다. 시인은 "'땅 속 깊이 묻어둔 씨앗 / 움 한 번 터보려 / 짓누르는 돌더미 밑에서 몸부림'만 쳐온 것 같다"고 적었다.
시인은 봄날 대학 캠퍼스를 그린 표제작'나비 크로키'를 통해 나비가 처음 세상을 대면할 때의 고통을 읊었다. 문학평론가 오하근(원광대 교수)은 '캠퍼스 회색 건물','시멘트 계단','퇴색한 병상복' 등을 통해 현대문명에 맞서 병든 나비를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그것은 대학입시에 내몰린 교육 현실일 수도, 경쟁으로 인해 그늘진 현대인의 모습을 여물처럼 오래 곱씹어 풀어냈다. 삶에서 마주치는 슬픔의 국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시세계를 펼친 것. 향수, 시심, 회한, 반어 등 8개 의미의 숲에 서정성을 실험하는 그림을 선물한다. 그의 오랜 벗인 임영택 화백이 고맙게도 그의 시에 어울리는 그림 8점을 추려줬다.
"젊은 시절 나에게 사랑과 꿈과 희망을 준 사람들, 나를 실망시킨 사람들, 분노하게 한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내 시상을 불러일으켜준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약간씩 과장돼 묘사되긴 했으나, 시적상상력 혹은 시적 허용이란 말로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정읍에서 태어난 시인은 전북대 영문학과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 미국소설을 연구·강의하면서 대학신문사 주간, 인문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한영어영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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