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허 스님은 남양주 봉선사 회주 밀운 스님의 은사 스님이다.
하루는 독일인 목사가 운허 스님에게 "예수님을 믿으세요"라고 하자 스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상황을 지켜본 밀운 스님이 운허 스님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대답하셨습니까?" 운허 스님은 "저 목사는 예수밖에 모르지 않느냐. 당신 생각을 알겠다는 뜻으로 얘기했다"고 답했다.
밀운 스님은 "운허 스님은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분으로 유명했다"면서 "뒤늦게 운허 스님의 뜻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2. 청주 보살사 회주 종산 스님은 젊은 시절 해인사로 가던 중 배가 고파 국숫집을 찾다가 불고기 냄새를 맡았다.
평소 계율을 지켜온 스님이었지만 그날따라 불고기 냄새가 너무 향기로워 번민에 휩싸였다.
스님은 그 자리에 서서 "만약 고기를 준다면 먹겠느냐?"라고 수차례 자문자답한 뒤에야 불고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다.
쏟아지는 잠도 스님을 괴롭혔다.
스님은 잠을 쫓기 위해 선방의 스님들과 이마 앞에 못을 박아 두고 수행을 했다. 졸다가 못에 찍혀서 이마에 피를 흘리는 스님을 보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승(禪僧)들의 가르침과 행적을 담은 '산승불회'(불광출판사)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남양주 봉선사 회주 밀운 스님, 청주 보살사 회주 종산 스님을 비롯해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 봉화 금봉암 고우 스님 등 한국 불교계의 대표 선승 18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특히 출가 후 50여 년 동안 토굴과 암자에서 수행에만 매진하며 일반 대중에 거의 모습을 안보인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의 생생한 인터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책이다.
적명 스님은 '수행의 길이 멀고 고되다'고 호소하는 일반인들에게 꾸준함을 강조한다.
"벽립천검(壁立千劍)이라고 했습니다. 벽에 천 개의 칼을 세워 두고 정진한다고 하는 말입니다. 둔공(鈍功)이라고 했습니다. 바보같이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가지로 바닷물을 펴내는 심정으로 공부하기 바랍니다."
또 진정한 삶의 지혜도 알려준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금의 현실은 내가 만든 것이니까 원망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미래는 지금부터 짓는 것이므로 지금 최선을 다해 기쁜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현재의 절망감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인 상태에서 미래를 위해 끝까지 매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수행의 길이요. 삶의 지혜입니다."
불교계 월간지 '불광' 취재팀장인 유철주 씨가 큰 스님들의 생생한 가르침을 책으로 엮었다.
35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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