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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부안 청자상감인물문매병

4락도(시·그림·춤·악기연주)세계 유일악공의 힘찬 기상 스며

가을 하늘빛인 비취색으로 빚어낸 고려청자는 한국인의 미의식이 가장 많이 담겨진 역사의 그릇과 같다. 특히 고려시대 전남 강진, 경기 광주와 함께 청자생산지의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부안의 청자는 왕실에 진상될 만큼 역사적 무게와 한국의 미를 대표한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청자상감인물문매병은 사적 69호로 고려 청자 최대 생산지였던 부안군 유천리 가마터에서 생산된 명품이다. 13세기에서 14세기에 사이에 제작된 이 매병은 비록 파편으로 출토되어 복원되었지만 고려인의 미감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높이가 38.5cm의 위용을 자랑한다.

 

특히 중국 원나라와 도자 교류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작품으로 학계에 보고된 이 매병은 괴석과 연꽃, 대나무와 국화꽃이 있는 정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락도(四樂圖)가 그려져 있어 도교사상을 보여준다.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향을 그린 작품인 것이다. 더욱이 정원에서 사락도를 배경으로 시 짓기, 그림그리기, 춤추기, 악기를 연주하는 4장면 또한 고려공예의 진수라는 점에서 4장면을 한 곳에 담은 세계 유일의 작품으로 주목된다.

 

한국화 된 고려매병을 보여주는 일례이기도 한 이 청자는 넓은 형태에 입구부분에 부드러운 S자형의 측면 선을 이루고 있다. 이 매병에는 고려시대 음악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악기가 등장한다. 당대 악기였던 종적과 향비파가 등장하는데, 악공을 연상케 할 만큼 남자들의 힘찬 기상이 고스란히 흙과 유약을 통해 스며있다.

 

먼저 종적은 대금과 소금이 가로로 비껴들고 부는 관악기인 횡적인데 비하여 세로로 내려들고 부는 관악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적은 퉁소였다. 그러나 본래 퉁소는 중국에서 전해진 당악기의 하나였다. 이 악기는 궁중음악에만 사용되던 것인데 현재 사용되지 않는다. 민간에서도 퉁소라는 이름의 악기가 널리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그 전통이 끊어지고, 유일하게 함경북도 북청 지방에서 사용하던 것이 남아 전한다.

 

또한 『삼국사기』에 "향비파는 당나라 제도와 대동소이하며 신라에서 비롯하였으나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기록돼 있다. 그 음에는 세 조가 있으며 궁조, 칠현조, 봉황조에 212곡이 있다" 라고 하였다. 향비파는 4현에 곡경인 당비파와는 달리 5현에 직경이며 복판에 대모를 대고 거문고처럼 술대로 타는 것이 특징이다. 향비파는 『경모궁악기조성청의례』에 의하면 1777년에도 사용되었으나 이후 단절되었다.

 

이처럼 이 매병에는 종적인 퉁소와 지금은 단절된 향비파가 새겨져 있어 중세음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역사를 거치면서 부침이 심했던 우리 악기가 700여년을 넘어 새롭게 부활되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다.

 

전북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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