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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목표 근본부터 바꿔라

순례자 마사키 다카시의 '나비문명'…시인 박두규씨 서평

 
 

우리의 현대문명을 말할 때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지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이라고들 말한다. 시대를 앞서 보는 현자들은 이 자본주의 물질문명은 우주와 자연의 순환질서와 생명의 법칙을 파괴하는 문명이어서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할 문명으로는 부적절하며 새로운 대안문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사키 다카시의 '나비문명'도 그 중 하나이며 그가 지은 '나비문명'은 2010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마사키 다카시는 1945년 생으로 도쿄대를 다니다가 자신의 강한 내적 거부로 학교를 그만두고 1966년부터 세계를 떠돈다. 그때부터 그는 자유인으로 살면서 유럽 아프리카 중동을 떠돌고 인도와 네팔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각성하고 수행자의 길을 걷는다. 그 후 일본에 돌아와 자급자족의 삶을 선택한 후 규슈의 산 속에서 차농사를 지으며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 '숲의 목소리' 대표를 맡아 새로운 문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2007년에 일본 헌법 9조를(2차대전 직후 미국과 연합군이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만든 평화헌법) 바꾸려는 보수우익 세력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워크나인(walk9) 평화순례'를 시작했다. 일본 순례를 마치고나서 이 일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직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한국으로 넘어와 2009년 9월 강화도 마니산에서 한국 순례를 시작하였다.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을 따라 걸었으며 100일째 되던 날 임진각 DMZ 앞에서 순례를 마쳤다.

 

마사키 다카시의 순례는 자신의 삶 전체를 새로운 토대 위에 놓고 출발해야만 패러다임의 전환이 오며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진행되었다. 그 새로운 문명이 바로 '나비 문명'이다. '나비 문명'은 누에가 나비처럼 환골탈태를 해야만 새로운 문명을 이룰 수 있다는 비유에서 나왔다. 뽕잎을 먹는 누에는 아무리 달고 맛있는 꿀을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누에에서 나비로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근본적인 변화란 삶의 가치관과 목표를 근본부터 바꾸는 변화다. 다시 말해 나비가 되면 아무리 싱싱하고 좋은 뽕잎을 봐도 먹고 싶지가 않으며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되고, 뽕잎 대신 꿀이라는 차원이 다른 것을 먹게 되며, 꽃가루를 옮겨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는 새로운 차원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방법을 통해 이러한 새로운 문명의 큰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삶의 가치관과 목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국가적 패러다임을 넘어서 초국가적 지구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치관과 목표를 근본부터 바꾸는 것, 누에로부터 나비가 되는 것, 마사키 다카시의 '나비문명'은 이 흐름을 타고 있는 운동의 하나인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더욱 확장되고 있는 나눔과 섬김, 슬로우 라이프, 명상과 영성, 순례와 걷기, 생명평화 운동 등이나 생태 환경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문화적 삶의 모색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도 새로운 문명의 큰 흐름을 이미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박두규 시인은 1985년 '남민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사과꽃 편지','당몰샘','고라니에게 길을 묻다' 등을 펴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이며,'지리산 사람들'의 대표와 '지리산 人'의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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