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3일 전주 갤러리 공유
한국 미술은 서정시, 서양미술은 서사시에 가깝다. 동양미술은 함축적 깊이가 있는 반면, 서양미술은 자세하게 설명하고 한눈에 보여준다. 이들 모녀의 첫 동행전'임섭수윤리나'는 서정시에 가깝다.
목원 임섭수(73)씨는 마흔 여섯의 나이에 군산대 미술대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한 뒤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 유학을 선언한 둘째 딸 윤리나(48·미국 밀워키 예술대 교수)씨의 선택을 존중한 것도 "피는 속일 수가 없어서"였다.
이번 전시엔 한국화가로, 판화가로 서로 각자 살아온 시간이 기록됐다. 어머니 곁을 떠나 "절반은 동양인, 절반은 서양인"으로 살아온 딸은 '몸'을 소재로 한 판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해왔고, 어머니는 자연을 담은 수묵화로 삶에 대한 사유를 깊게 탐구해왔다.
"큰 딸 집에서 리나 작품을 봤는데, 미국에서 한국화 작업을 하나 싶었습니다. 동양화처럼 여백미를 중요시했고, 단순화시킨 표현 때문에요. (한국인의) 뿌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했죠."
'몸'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던 윤 씨는 이번엔 종이로 꼬아 만든 얼굴, 팔, 다리 등을 하얀 한지 위에 덧댄 작품으로 내놓았다. 지승공예와 판화를 접목시킨 작품도 일부 있으나, 최대한 장식적인 요소를 없애고 종이만으로 '몸'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반면 임 씨는 단순화시킨 자연을 통해 삶에 대한 사유를 넓고 깊게 해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연륜이 더해진 화폭은 먹으로 빛을 머금고, 붓으로 바람을 붙잡는다.
윤씨는 "엄마의 작품을 보면서 점점 내 안에 잠재돼 있는 한국인의 정서를 깨닫게 된다"고 했고, 임씨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았는데, 결국엔 같은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을 통해 젊은 날의 자신을 되찾았고, 딸은 어미 품과 같은 고향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했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母女의 동행'임섭수 윤리나'展 = 17~23일 전주 갤러리 공유. 개막식 17일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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