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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고단함서 나오는 깊은 서정" 등단 20주년 맞은 부안 출신 시인 강민숙씨

창작원에 무료 강좌 열고 1만여 권 책 누구나 대여 500여편 시 다듬어 20주년 기념 시집 준비 구슬땀

"아직도 글을 쓸 때면 호남평야와 만경평야가 펼쳐져요. 제가 살았던 고향의 모습이죠."

 

올해로 등단 20주년을 맞은 부안 출신의 서정시인 강민숙 씨(50). 여름날 만난 시인은 그녀의 시만큼 감성적이고 깊어보였다.

 

"제 시들은 서정시로 많이 알려져 있죠. 그렇지만 '문학과 의식'에 참여시를 출품해 1992년 등단했어요. 그 당시에는 세상이 시끄러웠기 때문에 젊은 세대라면 참여시를 쓰는 게 당연했거든요."

 

그의 말처럼 지금의 강씨를 있게 했던 것은 서정시, 특히 1994년 발간된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다. 서정시의 아름다움으로 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던 작품집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름다움 속에는 찢기는 고통이 있었다.

 

"서른살에 남편과 사별했어요. 그리고 교통사고로 남편이 숨을 거두던 날 둘째 아들이 태어났어요.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기의 출생신고를 같이 하면서 '삶'을 일기 쓰듯 시로 그렸고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그 이듬해 나올 수 있었던 거죠."

 

담담하게 아픔을 이야기하는 지금이 있기까지 강씨에게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돌아보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다.

 

"명지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요. 느지막이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니 어렵기도 하고 이름이 있다 보니 조심스럽기도 하네요. 그래서 정말 공부만 하고 있어요.(웃음)"

 

사실 그녀가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다.

 

강씨는 "문화 센터나 문화원에서 운문과 산문 강의를 하면서 더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해 문학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교육에 눈을 돌렸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그녀가 운영하는 문예 창작원에 무료 강좌를 열었다. 평소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했던 것과는 달리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다.

 

"오래전부터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아이클라 문예 창작원'을 운영했는데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도 제 2 교실을 열었어요. 그런데 아이들 수업이 없는 시간에 이 공간들이 너무 아깝더라구요."

 

매월 첫 번째, 세 번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는 '강남 아이클라 문예 창작원'에서, 두 번째, 네 번째 주는 같은 시간대에 '강서 아이클라 문예 창작원'에서 문예 강의를 한다.

 

"수업은 시인이나 작가를 꿈꾸며 수강하는 학생들 커리큘럼과 같아요. 시, 소설, 수필, 드라마, 시놉시스 등 작법 기초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워크숍을 통해 직접 습작한 작품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합평도 진행됩니다."

 

강씨는 또 "창작원에 비치돼 있는 1만 여 권의 책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대여해 드리겠다"고 했다.

 

'본업'인 시 쓰기도 잊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등단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집도 준비 중이다. 빼곡히 써 놓은 500여 편의 시를 고르고 다듬어 20주년 기념 시집을 낼 계획이다.

 

"땅속 어둠속에서도 결코 물들지 않는 뿌리처럼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살겠습니다. 곧 나올 시집에서 서정시의 매력을 다시 느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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