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힘겨운 겨울 서러운 서민들 - 폐지줍는 노인 난방비 내고나면 '빈손'
추성수기자chss78@
매서운 추위 때문에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겹다. 가격 하락으로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도 분식집에서 따뜻한 라면 한 그릇(2500원) 사먹기도 힘들고, 몇 시간씩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려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격은 떨어지고, 줍는 사람은 많고
15일 오전 8시 10분, 전주 중화산동 상가 밀집지역. 상가에서 밤새 내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김모 할아버지(80)가 종이박스를 줍고 있다.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누구하나 할아버지에겐 관심이 없다. 할아버지 옆에는 오래된 자전거만 덩그러니 서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오랜 만에 나왔는데, 요즘은 박스를 줍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얼마나 주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 김 할아버지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다. 하지만 자녀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김 할아버지를 돌볼 여력이 없다.
박스를 줍는 것만이 김 할아버지와 할머니(76) 두 노인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할아버지는 하루 5시간 정도 박스를 줍는다. 이렇게 3일 정도 모아 고물상에 가져다주면 1만 원 정도를 손에 쥔다. 이렇게 번 돈으로 겨울철 난방비 등을 내고 나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김 할아버지는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늙었다고 일도 안주니까 먹고살려고 박스를 줍는데 이젠 이것도 못해먹겠다"고 했다. 폐지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
지난해 1월까지 kg당 120원 선이던 폐지가격은 현재 kg당 70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연말 50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오른 것이다.
전주시 진북동의 한 고물상 업주는 "폐지 가격이 너무 떨어져 노인 분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며 "예전엔 텔레비전이라도 하나 주워오면 3000원 정도 벌 수 있었는데, 고물상이 폐기물법 적용을 받으면서 가전제품을 취급하지 않아 노인들의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3일에 한번 일자리 잡아도 '재수'
같은 날 오전 9시 20분, 전주시 고사동 우체국 앞. 소일거리를 찾기 위해 나온 아주머니 10여명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구인하기 위한 '사장님(?)'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승합차라도 한 대 멈춰서면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는 김모씨(50·여·전주 평화동)는 "지난 2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나오고 있는데, 어제(14일) 하루만 일자리를 구했다"며 "그래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으니깐 매일 이곳에 나온다"고 했다.
겨울철 추위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제 사정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그나마 있었던 식당 일도 구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이곳에서 추위를 견디며 일자리를 애타게 찾던 아주머니들 중 상당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이모씨(54·여·전주 중노송동)는 "요즘 같으면 서민들은 어떻게 먹고 살라는 건지 정말 앞이 깜깜하다"며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그 일자리는 다 어디 있는 건지 모르겠다. 추위가 정말 밉다. 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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