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판소리 중요무형문화재 '0명' 원인과 대안은 - 도립국악원·국악협회·보존회 자성론…"道 전수교육조교 지정 나서야"주문도"
속보='전북 출신의 판소리 중요무형문화재가 한 명도 없다'는 현실(본보 28일자 1면)은 전북 판소리계에선 굳이 들추고 싶지 않은 상처다. 문화재청의 일관성 없는 문화재 지정 정책에 관한 질타 외에도 그동안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전북 국악계에 자성론이 요구되는 것은 '전북 = 국악의 발상지'라는 공식이 더 이상 속 빈 강정이 되지 말자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국악과 관련한 자산이 풍부한 전북에서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판소리 교육에서 계보와 유파간 갈등으로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면서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대상과 아닌 대상으로 양분 돼 단결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다.
전국 최초의 관립단체로 지역 민속예술의 맥을 잇고자 건립된 전북도립국악원을 비롯해 전국 최고의 국악 등용문이라 평가받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주최해온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판소리의 발상지인 전북 국악계의 오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전북국악협회와 같은 민간단체도 전국 국악계에서 입김이 센 축에 속한다. 물론 판소리 발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 단체들이 갖는 영향력이 전보다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북 국악계를 이끄는 중심축들이 문화재청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맞서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 배제되는 현실에 관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한 중견 국악인은 "전북도립국악원만 해도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으로 인한 수혜자가 몇 명이나 되겠나. 전북에 동초제 뿌리를 내린 오정숙·이일주 명창의 제자, 정정렬제 춘향가 최승희 명창의 제자 정도가 해당될 텐데, 관심 없는 이들이 누가 손을 들어주겠냐"고 지적했다. 한 번 보유자로 지정되면 명예는 물론 제자들 수업, 전국 국악대회 심사 등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데, 보유자로 지정될 가망성이 낮은 쪽에선 굳이 왜 도와주겠냐는 것. 눈 앞의 이익 때문에 전북 국악계가 자기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송재영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될 동초제보존회·강도근판소리보존회 등이 다른 지역에서 이미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은 보존회와 문화재 지정 제도의 미흡한 점을 지적해줄 판소리 이론가, 이를 정책으로 실현시켜줄 정치인 등과 연대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좁게는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넓게는 사라져가는 우리 소리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라도 전북도가 판소리 부문의 전북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된 이후로 전북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서 3~5년 소리공부를 마친 이수자만 지정해왔을 뿐, 보유자 추천을 통해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이수자 중 문화재위원회 심사를 거쳐 통과된 전수교육조교 지정은 미뤄왔다. 전북도가 1984년 판소리 부문 전북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이일주(본명 이옥희) 명창만 해도 29년 째 전수교육조교가 없고, 이수자만 5명이 되는 상황. 도는 이수 학생 중 보유자 추천으로 선발된 전수장학생에게 지원금을 주는 일도 예산을 핑계로 밀쳐둔 상황이다.
김승대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예술과 전문위원은 "도가 전북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매월 지원하는 70만 원 외에 전수교육조교에게도 지원금을 줘야 하는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지금껏 미뤄온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해 보유자 전수교육조교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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