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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제와 오늘 가지런히 풀어놓다

 

'내 어릴 적 꿈을 낚아 올리기 위해 / 마실을 간다 / 논두렁 사이를 지나 정자목에 이르면 / 그 파란 이파리 봄바람 타고(중략) / 얼마나 많은 날이 필름 돌아가듯 / 그렇게 지나고 있는가 / 얼마나 많은 일들이 스멀스멀 / 지렁이 몸짓처럼 흔들대고 있는가(중략)'('마실 가는 길'중에서)

 

유나영 시인의 시집은 흑백사진처럼 저장된 기억 속에 있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꺼내 놓는다. 이런 흔적이 묻어난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전체적으로 가지런하게 얽히고 직조해 내는 질감과 색채를 만들어낸다. 이번에 출간된 두번째 시집 '마실 가는 길'(도서출판 들꽃)에서 그는 어린 날의 이야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복된 확인을 통해 자신의 어제와 오늘의 관계를 묻고 있다.

 

마실 떠나는 여정은 1부 첫 시 '숲의 삽화'에서 시작된다. '숲'이라는 대상과 '운다'라는 존재적 행위 사이에 '날개'와 '빈 하늘'이 있고 '숲'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운다. '숲'이 보고 경험했던 것은 '떠날 차비를 하는 것'과 '마지막 이별을 나누는 몸짓'이었기 때문에 '떠나 보내는 행위'를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는 것.

 

"유 시인은 한 편 한 편의 시들에서 기교를 중시하지 않지만 시집 전체 구성이나 시에 등장하는 소재들 자체 대비에서 은근한 짜임새를 보여준다"라는 이종섶 시인의 말처럼 '마실 가는 길'의 시는 한 올의 실과 같고 시집 전체는 한 올 한 올의 시들이 모여 만들어진 옷감과 같다.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풀섶에 앉은 이슬'을 냈다. 현재 (주)예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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