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출신 주하림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
그의 시는 도발적이다. 또 감각적이며,이국적이다. 2009년 창비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군산 출신의 주하림 시인(37)이 색다른 시작법으로 문단에 신고식을 했다.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창비).
시집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시집에서 시인은 생경하고 감각적인 언어와 현란한 이미지가 톡톡 튀어오르는 환상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무릎에 생긴 멍이 어느날 눈동자가 되었습니다/(…)/마을 안과에 찾아가 피가 뚝뚝 흐르는 무릎을 올려놓습니다/입이 세개인 것보다 낫지 않나요 당신은 치료를 원합니까/눈이 영영 사라지길 미니요 아니면 눈과 무릎이 조화롭게/공생하길 바라나요 이제 막 꿈틀거리는 눈을 붕대로 칭칭 감고/간호사는 그 위에 입술을 그려넣었습니다 세개의 입을 달고,/나는 계절이 지날 때까지 비난 속에 살 것임을 예감했죠('레드 아이'중에서)
문학평론가 황현산씨는 시인의 시를 두고 "논리의 세계를 훌쩍 뛰어넘어 꾸려놓은 감각의 세계를 목격하다보면 어느새 시인의 언어에 실려 이국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독특한 경험을 맛보게 된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의 배경도 다분히 이국적이다. 카를 다리(체코), 말라부 해변, 프레그레소(멕시코) 북경, 상하이, 하얼빈, 후꾸오까, 오끼나와, 비벌리힐스 등 대륙을 넘나드는 시적 공간과 미도리, 미찌꼬, 깁슨, 애디, 루쏘, 이사벨, 후루미, 카와이, 채터틴 등 외국 인명으로 등장하는 화자들이 마치 외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시인은 또 일본 만화, 마니아용 영화, 서양의 고전 소설 등의 한 대목을 인용하거나 소재로 삼는다. 다양한 장를의 인용에서 시인의 폭넓고 다채로운 문화적 섭렵과 색다른 취향을 읽을 수 있다.
박형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주하림은 자신의 삶을 무대에 올리고 그것을 연기로 만들려는, 길들여지지 않는 다중적인 욕망을 우리 시단에 생생한 자기의 드라마로 만들어 내놓았다"고 했다.
주 시인은 "쓰기의 운명은 어떤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것에만 있으며 비극을 써내려가는 동안 아름다운 입맞춤을 기억해내고 다시 원하게 될 것이다"고 시집 말미에 '시인의 말'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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