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도전하는 당찬 이슬람 소녀
올해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와즈다'에서 셀 수도 없이 이 말이 등장한다.
"무엇을 시도하라"보다는 "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 게 더 익숙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특히 청소년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금기 사항을 위반했을 때 제지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영화 '와즈다'에서도 이런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에서는 유독 여성들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 더 많다. '다리 벌리고 앉지 마라' 등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억압은 명함도 못 내민다. '검정색 신발 신어라', '생리기간에는 코란을 만지지 마라', '자전거를 타지 마라', '거리를 다닐 때는 얼굴을 가려라', '매니큐어 칠하지 마라', '남자가 있는 곳은 피하라', '큰 소리를 내지 마라' 등.
남녀의 생활영역이 엄격히 구분된 아랍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어쩌면 억압이라는 원죄를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영화의 주인공 와즈다와 그의 어머니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진다.
영화의 첫 장면은 상징적이다. 다른 소녀들이 모두 검정색 신발에 단아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지만 와즈다는 활동적인 운동화를 신고 있다.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라디오를 듣는 그의 모습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아랍 여성과 거리가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던가. 와즈다는 돌출행동 때문에 교장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땡볕에 홀로 서 있는 형벌을 받는다.
반면 그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순종적인 삶을 살지만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받는다. 아껴둔 돈을 모아 빨간색 드레스를 구입해 남편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자신을 절제하며 포기한다.
이런 가운데 '모난 돌' 와즈다는 남자 친구인 압둘라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게 꿈이다. 아랍사회에서 인정할 수 없는 금기에 도전한 것. 손에 쥔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와즈다는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친구 대신 연애편지를 전해주고 축구 응원에 쓰이는 도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팔아 돈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 모은 푼돈으로는 도저히 자전거를 살 수 없다. 이에 더해 주변의 반대도 와즈다를 힘들게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와즈다의 꿈을 가로막는 것은 모두 여성이고 남자 친구인 압둘라만이 그녀를 응원한다.
어느 날 와즈다에게 큰돈을 가질 기회가 온다. 자신을 억압했던 이슬람 문화의 집약체인 코란을 암송하는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잠시 외도를 선택한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슬람 문화가 강요하는 억압에 굴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와즈다의 위장전술을 훌륭했다.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고 꿈에도 그리던 자전거를 획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하지만 상금으로 자전거를 산다는 말에 교장선생님은 정색을 하고 와즈다에게 상금을 기부할 것을 강요한다.
이때 자신의 꿈을 강탈당한 와즈다는 교장선생님에게 '그레이트 빅 엿'을 날린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교장선생님의 추문을 폭로해 버린 것.
날아가 버린 것 같았던 와즈다의 꿈은 그의 행동을 반대해 왔던 어머니가 이뤄준다. 남편에게 잘 보이려고 사려 했던 빨간 드레스를 포기하고 대신 딸의 꿈에 힘을 실어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는 이 장면을 통해 아랍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희잡 속 감춰진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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