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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전주영화제가 남긴 과제 - (하) 중장기 발전안은

세계 독립영화의 산파역 강화해야 / 부산영화제와 차별화 전략 모색 필요

봉준호 감독이 "곧 전주가 부산을 따라잡는 재미있는 양상이 벌어질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전주영화제는 모두가 주목하는 영화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내홍으로 조직위원회가 대수술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집행부로 꾸려진 전주영화제는 다시 또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됐다. 특히 내년 15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연륜에 맞게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새롭고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고견을 참고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내년 15회를 맞는 전주영화제의 발전방안에 대해 물으면 영화 전문가들이 하는 똑같은 얘기다. 전주영화제의 흥망성쇠를 지켜봐온 전문가들도 똑부러진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가 다층적이어서다.

 

일단 전주영화제에 기대되는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전주영화제는 자유·독립·소통을 지향하는 비주류 영화제로서 색깔을 확고히 구축해왔다. 반면 JIFF가 어렵다는 지역민들의 불만은 지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조직위로서는 무시 못할 부담이었다. 중간 중간 전주영화제가 초기의 목적이나 성격 등이 약화됐던 것은 이런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였다.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비내러티브의 독립영화나 아방가르드한 실험영화, 디지털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과감히 자리를 내어온 전주영화제의 실험은 중요한 이력이 됐으나 결국 그렇게 성장한 감독들이 결국 부산영화제로 향하고 마는 현실도 때로는 한계로 간주됐다.

 

그럼에도 몇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대강의 공감대가 있다. 우선은 전주영화제가 작은 부산영화제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대목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수작(手作)이었다고 평가를 받은 영화와 문학의 만남('숏!숏!숏!2013' 등)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영화 제작사와 출판사의 만남을 주선하는 기획 '북 투 필름'(BOOK TO FILM)으로 시도됐고, 올해 국제경쟁 심사를 맡은 배우 정우성씨 역시 지난해 BIFF에서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 제약과 예산 부족으로 전주영화제가 부산영화제에서 비슷한 틀을 가져왔다 하더라도 완성도를 높인 결과물로 안팎의 호평을 받았고 늘 스타가 없는 영화제라는 오명을 씻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지만 전주영화제가 부산영화제와 색깔이 겹쳐져서는 안된다는 기우가 나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 전주영화제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태국)·차이밍량(중국) 등 세계영화의 기린아들을 먼저 발굴해왔던 것처럼 힘들게 도움닫기를 하는 전세계 독립영화계의 창구로서 입지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단, 이는 규모의 확장을 야기하는 외적 성장이 아닌 지역의 인프라들과 함께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질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 영화평론가는 "전주영화제가 지역 내에서 전북독립영화협회·전주영상위원회 등과 함께 전북의 영상산업 로드맵 안에서 중장기 비전을 함께 가져가려는 노력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제시했고, 또 다른 영화인은 "영화제가 직접 제작비를 투입해 영화를 제작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뛰어난 기획물인 만큼 그 틀은 유지하되 트렌드에 맞춘 기획으로 변신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주 영화의거리 내 상영관 확보와 지역에서 배출되는 영화인력 유출도 전주영화제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전주영화제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진 극장주를 설득할 명분, 지역 대학에서 나오는 그나마도 적은 영화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들이 전주영화제와 함께 성장하며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은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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