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근대화 과정 농민들 삶 담아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소 SSK개인기록연구실(책임연구원 이정덕 전북대 교수)이 지난해 이어 개인기록 연구총서'창평일기' 3~4권을 완간했다. 그간 학계가 중요시했던 기득권자들의 관점에서 쓰여진 '위로부터의 역사'가 아닌 소외된 자들의 시선으로 기록된 '아래로부터의 역사'가 재조명됐다는 점에서 뜻깊다.
'창평일기'는 임실군 신평면에서 태어나 일생을 바친 故 최내우(1923~1994) 옹이 1969년 새해 첫날부터 1994년 6월17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꼼꼼히 기록한 일상이다. SSK개인기록연구실이 이처럼 귀한 최 옹의 사연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함한희 전북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6·25 전사자를 연구하던 중 최내우 옹의 아들인 최성미 임실문화원장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면서다. 이정덕 전북대 교수는 "최내우 옹의 일기는 일상을 기록하려는 목적 외에도 돈 거래 내역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회계장부적 성격도 있었다"고 했다.
'창평일기' 1·2권이 일제 강점기 시절을 거치면서 보고 겪은 회고록에 가까웠다면, 3·4권은 농촌 근대화에 따른 변화와 혼란상에 가깝다. 최 옹은 농수산물 개방 등으로 팍팍해진 살림살이, 떠나는 농민들로 인해 늘어가는 빈 집,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와 걱정 등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며 절망과 희망을 함께 겪어온 농민들의 삶의 궤적을 담아냈다.
앞서 최 옹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 삶을 회고한 230쪽 분량의 '월파유고'를 통해 일제 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마을 공동체가 겪은 갈등과 화해, 해체와 변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개인 기록을 통한 지역 현대사의 재구성을 목표로 인류학·경제학·사회학·언어학 연구진들이 모인 SSK개인기록연구실은 2011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지역 현대사를 복원해오며 '창평일기' (1~4권)와 '월파유고' 등을 출간해왔다. SSK개인기록연구실은 앞으로 전라도·경기도·경상도의 일기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개인의 생활사를 통해 근대성을 통찰하고, 더 나아가 서구중심적 근대 개념을 해체·재구성하는 방법론을 정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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