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람 처럼 굴레와 틀 벗어던지다
사랑이 강물이 되다, 세상 엿보기, 산빛 물빛 다독이며, 눈빛으로 그린 사랑, 당신이 있어서 좋은 세상, 물보라에 젖은 연가, 나이테, 징검돌, 왜목에서 만난 겨울, 내 삶의 반올림, 자화상, 대나무는 어울려 산다, 민달팽이의 독백.
김계식 시인이 낸 시집들이다. 시집 이름만 열거하더라도 숨이 찰 만한 이들 시집들이 10년 사이에 발간됐다. 2003년 첫 시집 '사랑이 강물 되어'이후 매년 한 권 이상의 시집을 내면서다. 그럼에도 시인은 여전히 시가 고픈 것 같다. '민달팽이의 독백'이후 10개월 만에 또 시집을 냈다. '뭇별 속에 묻어두고'(신아출판사). 14번째 시집이다.
다작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김계식 시인의 다작은 시가 시인의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시집 머리에 밝힌 시인의 말처럼'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그날이 그날 같은 나날'을 허투루 흘리지 않고 매일 일기로 남기고, 이를 시의 재료로 삼아온 삶이 일상이 되면서다.
김 시인을 곁에서 지켜본 소재호 시인은 김 시인의 시를 '인간학의 우듬지'로 평가했다. 소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김 시인을 '순리를 좇아온 강줄기'로 비유했다. '강 중류까지 소리소리 터뜨리던 거친 소용돌이도 잠잠해지고 고요해졌다. 오직 청정함, 오직 맑고 깨끗함, 그 성정으로 흐르므로 물은 속 깊이 파랗다 못해 잉크 빛이었다'고 시인을 비유했다. 파란만장한 시대의 질곡을 헤쳐 나오며, 자신은 스스로 은일사상을 여미면서도 그의 행장은 모범된 인간학의 실천자로 보았다.
소 시인은 또 김 시인에게 '3.5의 인간성을 누린다'고 했다. '1+2=3'이라는 명명백백하고 적확하며 원칙적인 산수에다 0.5라는 플러스알파를 김 시인에게 붙일 수 있단다. 보편타당한 격률(준칙)의 삶에 약간(0.5)의 거스른 여유가 시인에게 있다는 의미에서다. 술을 삼가되 술자리에 적극 어울리는 배려심(0.5)이 있고, 약간의 낭만풍이라거나 풍류인의 기개가 0.5분량쯤 서리며, 겸양과 겸손의 자신의 거처를 아랫녘에 둔단다.
이번 시집에서 그렇지만, 김 시인은 유달리 물과 바람을 좋아한다. 자신을 얽어매는 굴레와 틀을 분쇄하고 자유자재로 변용하려는 시인의 마음이 시를 통해 발현되는 것으로 소 시인은 보았다. '언제 어디서나 적응하고, 중용의 도를 따르며, 사물의 재량을 유연하게 하려 하는'시들을 이번 시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산과 물 함께 영그는 중''있으라 하심에''어떤 비감''넘치는 기쁨''그마저 몰라도 좋을'등 4부로 나눠 85편의 시가 수록됐다. 시인은 2002년 '한국창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주교육장을 지냈다.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전북PEN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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