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김중겸 전 한국전력 사장의 선임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알선수재 사건 첫 공판에서 원 전 원장이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관련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한전 사장으로 내정되기 한 달여 전인 2011년 7월18일 '지금 김사장 접촉 노출하면 좋지 않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황 대표에게 보냈다.
황 대표는 이후 자신의 부인에게 '내일은 김중겸 한전 사장 될 것'이라는 문자도 발송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황 대표는 "원장님이 그렇게 얘기해서 문자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은 앞서 같은해 4월23일 함께 골프를 쳤다.
김 전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전 사장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황 대표는 진술했다.
검찰은 "당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김 전 사장의 입지가 좁아진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사장은 2011년 7월 한전 사장직에 응모, 같은해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사장으로 일했다.
공모 당시 김 전 사장을 포함해 3명이 지원했지만 그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검찰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황 대표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 직원의 인사청탁을한 사실도 공개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반발했으나 재판부는 "관련된 정황"으로 받아들이고 신문을 계속 진행했다.
황 대표는 홈플러스가 인천 무의도에 연수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한 사실도 시인했다.
그는 "당시 테스코의 아시아 지역 연수원으로 무의도와 중국 상하이가 경합해 국익 차원에서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원 전 원장이 돈을 달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현금을 와인 상자에 담아 원 전 원장에게 줬다"며 금품 제공을 인정했다.
2010년 12월2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현금 5천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건넬 때는 "와인이 2병 들어가는 상자에 돈을 담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된 상태다.
그는 검찰 조사 초기 원 전 원장에게 금품을 준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진술을 번복했다.
원 전 원장은 황 대표로부터 1억7천만원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의 재판은 국정원의 대선·정치개입 사건과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음 재판은 10월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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