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젊음을 바쳤던 직장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 왔을 때였습니다. 창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 창가에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바람에 출렁거리는 블라인드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며 그 리듬에 맞춰 제 삶을 회고했습니다. 그러다 잠이 들었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무척 생생했습니다. 배경은 미국이었고 두 남자가 조직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속이고 배신을 거듭하다가 마지막 반전을 일으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꿈은 아직도 진행형일지 모릅니다. 그때 잠든 뒤로 나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처럼 글쓰기를 시작한 시점부터 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습니다.
처음에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 모든 것이 막막하고 무모해보였습니다. 문학에 대해 아는 게 없었으며 읽은 책도 미천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흉내 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꾸었던 꿈을 복기하며 의문을 떠올렸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긴 내용이, 그것도 제가 접해보지 않았던 경험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며 꿈이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제가 글을 전혀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십여 년간 꿈을 기록해왔습니다. 꿈의 내용은 일반적인 논리로 재구성하기 힘든, 언어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제가 해왔던 작업은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꿰맞춰 글로 재탄생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놀라운 용기가 솟았습니다. ‘나는 쓸 수 있다. 내 내면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풍부한 글감도 가지고 있다.’
지난 7년 간, 숱한 좌절의 수렁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오늘로서 내면의 열정은 끝이겠구나 하고 포기하려는 마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이 되면 작은 희망이 샘솟았고 그것을 붙잡고 써야하는 것이 제 운명이라고 느꼈습니다.
제 글에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그간 여러 선생님께 지도를 받았는데, 가장 긴 시간 동안 인내하면서 이정표를 제시해 주신 김기우 교수님께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쫓기보다는 먼 길을 내다보게 하신 그의 지도는 탁월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활발한 문집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탄생’의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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