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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기억' 아동성폭력 (상) 도내 실태] '한 달 4.5명꼴' 평생 상처

가해자 대부분 친족이나 이웃·주변 사람 / 피해자 성인 돼도 악몽 등 후유증 시달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습니다.’ 1991년 벽두 대한민국은 한 30대 여성이 어린시절 자신을 성폭행했던 한 남성을 살해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남원에서 일어난 이 일은 이른바 ‘김부남 사건’으로 불리며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김부남씨가 법정에서 토한 “짐승을 죽인 것”이라는 절규는 뭇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처럼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도 평생의 큰 상처를 남기는 등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피해자의 성장 후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아동대상 성범죄의 경우 신체적 상처보다 사건 이후 마음의 상처가 더 치유하기 힘든 점을 들어 아동성폭력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두 차례에 걸쳐 아동성폭력 피해여성들의 후유증 실태와 아동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 및 지역사회의 역할 등에 대해 짚어본다.

 

20대 후반인 여성 A씨는 네 살 때부터 20대 초반까지 가까운 일가로부터 성폭행·성추행을 당했다. 뒤늦게 이 사실이 다른 가족들에게도 알려졌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수면장애와 악몽, 무기력증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울증도 동반됐다.

 

또 다른 여성 B씨는 10대 때부터 지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성인이 된 지금도 그녀는 남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불안증세를 보이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피해여성보다 그 가족이 더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사례도 종종 있다.

 

C씨의 어머니 D씨는 딸이 초등학교 때부터 친족으로부터 성폭력에 시달린 것을 알고 난 후 그 고통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꺼려하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쉽게 화를 내는 등 딸 못지 않은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D씨는 때때로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소개된 피해여성들 모두 10대 때 당한 성폭력의 기억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막막함, 보복에 대한 두려움,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체념, 떠올리기 싫은 당시의 기억이 그녀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

 

23년 전 김부남씨도 그랬다.

 

아홉살때의 겪은 공포와 수치심, 괴로움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내내 그녀를 괴롭혀온 것.

 

결국은 공소시효도 지난 시점에서 스스로 가해자를 응징하면서까지 아픈 기억 속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 같은 아동 성범죄는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의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에는 조두순 사건과 나주 사건이 일어나 국민적 분노를 샀다.

 

1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간(2011~2013년) 전북지역에서 총 162건의 아동성폭력이 발생했다.

 

매년 평균 54건씩 발생하는 셈이다.

 

아동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주로 친족이나 이웃사람 등 지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도내 성폭력피해자들에 대한 전문치료·상담을 맡고 있는 전북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를 찾은 13세 미만 아동은 모두 67명이다.

 

이 가운데 가해자의 69.3%는 친족이나 이웃사람, 또래친구 등 주변사람이었다.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 관계자는 “김부남 사건의 경우에도 ‘살인’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김부남씨가 겪었을 고통에 대해서는 외면한 부분이 있다”며 “아동·청소년기 성폭력 피해 기억은 성인기가 돼도 사회부적응이나 갈등, 결혼생활 어려움, 대인관계 고립 등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온다”고 말했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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