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 5분내 도착해야 하는데 10여분 걸려 / 구급차 전용 공간 일반차 주차, 환자이송 지연
화재나 교통사고 등 긴박한 상황에서 인명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 정도에 따라 위급한 이들의 생사가 갈린다. 화재 발생 후 초기 5분은 화재 정도가 급격히 진행되는 시간이다.
5분 이상이 경과되면 이른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으로 화재는 급격히 연소·확대되기 때문에 인명 구조를 위한 현장 진입이 곤란해진다. 또한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는 4~5분 이내에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진행,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통상 화재나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기준 시간은 ‘5분’이다. 이 시간을 흔히 ‘골든타임’이라 한다.
이에 119대원들은 원활한 소방출동로를 생명을 구하는 길로 여긴다.
하지만 소방차에 대한 ‘길 터주기’가 생활화되지 못한 탓에 소방출동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에 전북일보와 전북 소방본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동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본보는 소방출동로의 실태 파악을 위해 119대원들과 함께 현장을 누볐다.
이달 14일 오후 3시 20분께 전주 완산소방서 효자119안전센터.
별안간 ‘화재’출동 지령이 울리자, 대원들은 급히 하던 일을 멈추고 부리나케 소방차량에 올라탔다.
여러 대의 소방차량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에 들어섰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이 앞을 막아서는 바람에 1차 제동이 걸렸다. 경적을 울리고 안내방송을 해봐도 차량들은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았다.
대원들은 답답한 마음에 이리저리 차로를 바꿔가면서 길을 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애를 먹었다.
10여분이 지나 가까스레 현장에 도착했다. 전주시 서신동의 한 주택.
다행히 불은 주택 문을 조금 태우는 등 크지 않아 금세 꺼졌다.
하지만 자칫 더 늦게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큰 불로 번져 큰 인명·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효자119안전센터 이재현 1팀장은 “경적을 울리며 비켜줄 것을 요청했지만 차량들이 요지부동이었다”면서 “촌각을 다투는 구조·구급현장에서는 소방차가 얼마나 신속하게 도착하느냐에 따라 인명과 재산의 피해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원활한 소방출동로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심야시간에는 아파트 등 대단위 주택의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도로상에 방치된 각종 물건들로 인해 도착시간이 지연될 때도 있었다.
앞서 대원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전주시 삼천동의 한 아파트로 출동, 가래 때문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한 환자를 이송했다.
출근 시간이 지나 도로가 한산하고 현장이 가까운 탓인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했다. 이후 인근 병원으로 가는 길도 수월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한 후 병원 구급차량 전용 주·정차 공간에 주차된 차량들 탓에 환자 이송이 수월치 않았다.
동행한 한 대원은 “매번 이동주차할 것을 안내하지만 쉽사리 길이 터지지는 않는다”며 환자 이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허권철 효자119안전센터장은 “소방차량에 길을 양보해주지 않는 일부 비양심적인 운전자들 때문에 시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나 하나 쯤이야’하는 안일할 생각은 결국 스스로를 옭아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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