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진척 없는 수색 분노 폭발 / 해수부 장관 항의방문 신속한 대책 촉구 / 서로 격려하며 놓을 수 없는 희망 붙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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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인 24일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군청에 설치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항의방문해 이주영 해수부 장관에 신속한 구조대책을 촉구했다. 항의 도중 상황실에서 나온 한 남성이 취재진을 향해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고 외치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있다. 진도 팽목항=추성수기자 chss78@ | ||
바다는 더할 나위 없이 잔잔했다. 하지만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자녀와 부모, 친구의 무사귀환을 바랐던 실종자 가족 등은 갈수록 지쳐만갔다. 이제는 흘릴 눈물도 없는지 깊은 한숨과 원망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인 24일 오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사고 희생자수가 실종자수를 넘어서면서 체육관 내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며칠 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탈진한 듯 바닥에 누워 있거나 멍한 표정으로 대형 전광판 속 TV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구조 상황을 전하는 뉴스가 나오면 모두 한줄기 희망에 찬 눈길로 TV를 보다가도 기대했던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이내 고개를 떨궜다.
이를 지켜보는 현장 자원봉사자나 관계자들도 맥이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16일 홀로 구조된 권모양(5)의 어머니 한모씨(29)가 선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체육관 안은 깊은 적막에 빠졌다.
부안 출신인 권양의 아버지(50), 어머니, 오빠(6)는 제주도 이사를 가기 위해 세월호에 올랐었다.
현재 권양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점심 때가 지날 무렵 갑자기 체육관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물살이 평소보다 약해지는 ‘소조기’마지막 날인데, (정부의)수색 작업에 전혀 진척이 없다”며 “(총책임을 맡고 있는)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해명을 듣겠다”며 진도군청에 설치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로 향했다.
같은 시각. 체육관에서 23km 가량 떨어진 팽목항.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구조상황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도 사고대책본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군청 앞에 모두 모인 실종자 가족 40여명은 격양된 표정으로 2층 사고대책본부 사무실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 안으로 진입하려는 취재진을 정부 관계자가 막아서면서 양측은 작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무실 안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를 성토하는 고성이 들려왔다.
“아이들을 구조하려는 의지가 있긴 한거냐”“구조작업을 언제까지 마무리할 것이냐”“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기다리라는 것인가”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이주영 장관을 겨냥해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사고대책본부장을 맡고 있으니 일이 이렇게 되는 것 아니냐”며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가족은 “사지 멀쩡한 애들이라도 보고 싶다”며 눈물을 쏟아내며 주저앉았다.
이에 대해 해수부 및 해경 관계자들은 진땀을 빼면서 “신속한 구조를 위해 관련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해명할 뿐이었다.
가족들은 한 시간여 동안 정부에 신속한 구조 대책 수립을 요구한 뒤, 다시 팽목항으로 향했다.
다시 모인 가족들은 서로를 껴안아주고, 격려하면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시간은 점차 흘러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자 귀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끝내 자리를 뜨지 않고 저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때 항구 방파제 펜스에 누군가 묶어놓은 수많은 노란리본만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한 리본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기적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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