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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남원초 수학여행 참사 추모지 가보니...

19명 열차 사고 희생… 시내 야산에 위령탑 /  시, 관광공원 조성 관련 묘지 이장 추진 논란

   
▲ 남원 춘향테마파크 야산에 있는 묘비들.
 

남원은 과거 ‘초등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 참사’를 겪은 바 있다. 남원시민들은 그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 84년 전통의 춘향제를 잠정 연기하는 등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요즘 남원시민들 사이에 43년 전 ‘남원 수학여행 참사’가 회자되고 있다. 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지켜보면서 “이제는 더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텐데”라는 간절한 염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1971년 10월13일 새벽 6시께 남원역 인근. 남원에서 군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순천~서울행 제192호 완행열차에 탑승한 남원국민학교(현 남원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즐거워야 할 수학여행 길이 비극의 장으로 변했다. 완행열차가 남원역 출발 후 1.5km 지점 언덕에서 멈춘 뒤 후진, 뒤에서 대기중이던 유조화물열차와 추돌하는 참사가 발생해 남원국민학교 6학년 학생 19명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은 것.

 

그로부터 43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열차추돌 수학여행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던 이병채 남원문화원장(당시 공무원)과 함께 참사의 유일한 흔적인 위령탑을 찾아 나섰다. 남원 춘향테마파크 인근 오솔길을 따라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산에 오르니, 후미진 곳에 위치한 위령탑이 드러났다.

 

“참사 후 이 야산에 위령탑이 건립됐지. 남원시민들 중 이 곳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거야”라는 이 원장의 말이 실감날 정도로, 위령탑에 이르는 길은 제대로 정비조차 안된 채 긴 세월에 묻혀져 있었다.

 

‘철이른 찬 서리에/ 못다핀 꽃망울이/ 시들듯/ 무참히 숨져간/ 열아홉 동무들이여/ 이루지 못한/ 그날의 고운꿈/ 꼬-옥 간직한채/ 저 하늘나라에서/ 곱게 피여라/ 길이길이 빛나소서/ 길이길이 복되소서’ 위령탑에 새겨진 추모시만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원국민학교 19명 희생자의 이름과 1971년 11월30일 순천철도국이 이 위령탑을 건립했다는 기록이 흐릿하게 새겨져 있다. 위령탑 옆에는 희생자들의 묘비가 세워져 있는데, 각 묘비마다 ‘이장대상 묘지’라는 남원시 관광과의 안내문이 꽂혀 있다. 남원시가 춘향테마파크 조성 차원에서 이 안내문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됐다. 묘지 19기 중 3기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장했고, 나머지 묘지와 위령탑도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는 듯 보였다.

 

이병채 원장은 “경기도 안산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인 학생들과 교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 건립이 검토되고 있다. 수학여행 1번지를 선언한 남원도 43년전의 참사를 기억해, 남원을 찾는 학생들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위령탑과 묘비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관계당국은 역사의 현장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남원초등학교 연혁지에도 이 참사와 관련한 기록은 ‘남원역 열차 추돌사고’라는 한 줄의 내용에 불과, 위령탑과 묘비는 그 날의 아픔과 교훈을 후세에 남긴 유일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홍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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