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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고 엮고… 끝없는 '지승앓이'

한지공예가 김선애

석재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유난히 손재주가 많아 정말 못만드는게 없으셨다. 당신 쓰시던 도구부터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까지 다 만들어 내는 분이셨다. 그런 분이 저녁엔 엄마와 나란히 앉아 뜨개질을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혼을 해서 전주로 온 나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공예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책을 사서 보고 따라하는 정도였기에 차마 공예 한다고 말을 못했지만, 아버지의 솜씨를 고스라니 물려받은 나는 곧잘 이것저것 만들어 냈고, 그걸 보고, ‘집에만 있기 아까운 솜씨니까 공방이라도 하나 내봐라’ 하시는 시아버님의 말씀에 힘을 얻은 나는 본격적으로 한지공예를 시작하게 되었다.

 

며느리에게 등록금까지 대주시며,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시아버님 덕에 ‘지승공예 기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한지공예로는 석사1호가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저 좋아서, 정말 미치도록 좋아서 날마다 종이를 엮었다. 하나를 하면 또 다른게 하고 싶어지고, 점점 더 욕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거푸집을 만드는 것부터 마지막 옻칠까지 내손으로 다 해야 겠다는 생각에 옻칠도 배우게 되었다. 이렇게 작품들이 하나 둘씩 완성되었지만, 지승에 대한 욕심은 갈증이 되어, 한없이 부족하고 목이 마르게만 느껴진다.

지승공예는 종이를 꼬고 엮어서 기물을 만드는 세계유일의 공예기법으로, 선조들의 지혜와 한지의 우수성을 알게 해주는 너무나 훌륭한 공예이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짧아야 몇 달이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점점 사람들에게서 멀어져갔고, 이제는 맥이 끊어질 정도로 지승공예를 하는 사람들이 적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들은 이걸 모를까? 내가 제대로 보여줘야지!’

 

아직은 부족하다 싶어 미뤄왔던 전시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라져가는 지승공예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전시를 열고자 한다.

 

물론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고, 작업하고, 그렇게 내 목마름을 채워나가겠지만, 더 많이 보여주고, 후진양성에 힘써, 사라져가는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가고, 나아가 세계에 지승공예의 우수성과 작품성을 알려야겠다는 게 꿈이며, 사명감까지 든다.

 

△한지로 엮어낸 김선애 공예전(15일부터 21일까지 전주우진문화공간)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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