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7:53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경찰, 살인 암시 전화 무시...여대생 흉기 피습 불렀다

군산서 술 취한 조선족 남성 3차례 걸쳐 범행예고 / 112 장난신고로 판단…피해자 생명은 지장 없어

경찰이 살인을 암시하는 내용의 112신고 전화를 수차례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실제 여대생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4일 전북지방경찰청과 군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5시 30분께 군산시 경암동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여대생 오모양(18)이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허벅지를 찔렸다.

 

오양을 흉기로 찌른 남성은 지난해 10월 18일 방문 취업 비자로 입국해 군산에서 노동일을 하던 조선족 심모씨(40)였다.

 

술에 취한 심씨는 이날 200m가량 오양을 뒤쫓아 간 뒤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심씨의 ‘묻지마 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의 미흡한 초동조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찰이 살인을 암시하는 내용의 신고 전화를 받고도 단순히 주취자의 장난전화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씨는 사건 발생 1시간가량 전인 이날 오후 4시 29분에 전북경찰청 112종합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은 뒤 ‘경찰’이라는 대답이 들려오자 전화를 끊었다. 이후 심씨는 오후 4시 42분까지 112상황실로 3차례 더 전화를 걸어 “사람을 죽여도 일 없냐(괜찮나). 신고하면 살 수 있냐. 사람 죽이고 신고하는 것이다” 등 술에 취해 욕설을 하면서 횡설수설했다.

 

이에 경찰은 네 번째 전화가 걸려왔을 때 위치를 파악하려 했으나 심씨가 횡설수설하자 “한번만 더 장난 전화하면 처벌받아요”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112상황실은 같은 사람에게서 4차례에 걸쳐 살인을 암시 전화를 받았지만 이를 장난전화로 판단하고 심씨의 신고 내용을 ‘CODE3(상담민원, 출동조치 필요 없음)’로 분류, 현장에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심씨는 네 번째 전화를 건 뒤 45분여가 흐른 이날 오후 5시 30분께 범행을 저질렀다.

 

결국 경찰은 사건을 목격한 시민과 피해자 오씨의 112신고를 받고서야 순찰차를 현장에 보냈다.

 

하지만 심씨는 이미 사건 현장을 벗어난 뒤였다.

 

이후 심씨는 오후 5시 54분과 오후 6시 8분 등 2차례 더 112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때렸다. 중국인이다. 출동하지 마라. 돈이 없다. 구속해라” 등 또 다시 횡설수설했고, 경찰은 “신고내용이 없으면 전화를 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심씨는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스스로 군산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고, 경찰은 심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심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양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심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등 일반 주취자의 전화 형태와 비슷해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당시 정황상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당시 112종합상황실 근무자 등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정원 mkjw96@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