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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적 상황과 서정으로 표현한 일상

김제 출신 김영 시인 시집 〈나비 편지〉

그에게 ‘망해사 앞바다’는 ‘뉘엿뉘엿 해를 눕히며 후끈 색을 쓰고/새벽에 한 번 더 확 달아오르’고, ‘부처님 코 다 빨아먹고/귀때기도 다 핥아 먹는 여자’, ‘달빛도 서리해 먹는 사내의/두터운 등짝을 쓸어주며//달 뜨는 밤마다 갯땅 위로/한사코 기어오르는 여자’다.

 

하늘의 별은 ‘밤이 오면 어린 물고기들이/꼬리지느러미에 힘을 모아/바다 가득 반짝이던 윤슬을/통 통 통/허공에 쏘아 올려’돋아난 빛이다.

 

봄은 염주를 줍는 계절로 ‘동안거 풀린 마당에/햇볕 몇 알이 흩어져 있다/병아리 데리고 나온 어미 닭이/물었다 놓았다 하는 쭉정이를’먹는 때다.

 

일상적 소재를 일탈적 상황과 서정으로 치환하는 김영 시인(58)의 시집 <나비 편지> (황금알)가 출간됐다. 저자는 모두 4부로 나눠 55편의 시를 담았다.

 

이번 시집에 대해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하찮은 것들이 품어대는 존재의 가치’로 김 시인의 작품을 압축했다. 그는 “김영 시인의 작품은 뻔한 현실 경험을 넘어서는 일탈적인 사건의 행위로, 풍경의 묘사나 감정의 격발도 없는 시임에도 단도직입적이고 진행에 속도감이 있다”고 풀이했다.

 

표제작인 ‘나비 편지’의 경우 대뜸 ‘울란바토르 기숙사에는/겹겹이 놓인 이층 침대가 있다’로 시작하며 ‘함부로 찍힌 합판때기 이층 침대 등짝에’ 독자를 눕힌다.

 

저가는 시의 공간적 배경을 ‘비룡폭포’, 수왕사 계곡’ 등 지역뿐 아니라 만주벌판과 고비 사막 등으로 확장했다. ‘만주벌판의 옥수수밭을 지나가는데/만주벌판에서 사셨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데’, ‘그 넓은 벌판에다 발자국을 새기고 다닌 곰의 후예/남으로 남으로 길을 열어 조국에 돌아온/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는/버리고 온 발자국들보다 달랑 챙겨 온/가난한 꿈이 더 소중했던가 보다’라며 신화와 역사를 현재의 상황과 접목했다.

 

‘고비의 별’에서는 ‘별의 찰나가 모래/모래의 영혼이 별/고비에 와서 비로소 보이는/풍뎅이의 외투, 모기 눈, 가시나무 잎, 낙타 콧등/별이 아득하다고 자꾸 꼰지발 디뎠다니/반짝이는 것들 다 눈앞에 두고’ 온다.

 

시인 김영 씨는 김제 출신으로 지난 1995년 <자유문학> 으로 등단했다. 2007년 전북문학상, 2011년 전북시인상과 전북 여류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눈 감아서 환한 세상> , <다시 길눈 뜨다> 와 수필집 <뜬 돌로 사는 일> , <쥐코밥상> , <잘가용 어리광> 등이 있다. 현재 만경여자고 교사로 재직하며, 전북시인협회와 김제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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