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조합원 동원해 요양급여 부정 수급 / 설립 기준 강화해야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워진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이 애초 취지와 달리 ‘사무장병원’으로 둔갑해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허가받은 뒤 실제로는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의료기관 49곳이 지난해 12월 적발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35명을 검거해 1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 청구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진료비는 1500억원을 웃돈다.
이들은 인가를 받기 위해서 서류를 조작, ‘유령 조합원’을 만들었고, 심지어 간호조무사에게까지 침을 맞게 해 요양급여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2년간 의료생협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3일 김제에서는 의료생협으로 허가받은 뒤, 실제로는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수억 원대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이모 씨(43) 부부가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김제시 요촌동에 사무장병원을 차려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3억7000만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를 가로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인들로 법인 이사진을 꾸리고, 가족 및 주변 사람들까지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해 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에는 2008년부터 6년 동안 가짜 의료생협을 만들어 전북지역에 9개의 사무장병원을 개설, 불법적으로 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가 전주지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의료생협을 악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느슨한 규제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생협 인가 기준에서 조합원 수를 늘리고 출자금도 상향 조정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해 7월 의료생협의 설립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박형욱 교수는 “의료생협에 대한 관리책임이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로 이원화돼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며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서 보다 체계적인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생협은 지역민과 의료인이 직접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조합원 300명 이상, 출자금 3000만 원 이상의 조건을 갖추면, 의료인이 아니어도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매해 의료생협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 2010년 의료생협에 소속된 의사가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진료할 수 있게 한 뒤부터 그 수가 폭증했다. 전국에 개설된 의료생협은 지난해 5월 기준, 모두 405개고, 이 중 전북에 15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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