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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서 '작가와의 대화' 구중서 문학평론가 "인문학, 보편적 가치 나눠야"

▲ 지난 7일 전주 동문길에 있는 ‘밝달차마당’에서 열린 구중서 작가와의 대화에서 모자를 쓴 구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까지 지식인이 시(詩), 서(書), 화(畵)를 함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만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19세기 이래 분석주의로 사람도 자꾸 해체해 바라보고, 결국 인간성 자체가 파편화됐습니다. 비인간화를 지양하며 전인적인 인격을 위해 삼절를 같이 하게 됐습니다.”

 

시, 서, 화가 어우러진 구중서 문학평론가(80)의 전시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전주 동문길에 있는 ‘밝달차마당’에서 열린 가운데 지난 7일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 13점과 글 2점이 걸려 있는 찻집에는 20여명이 들어차 작품세계를 전하는 작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전주를 문화의 덩어리’라 정의한 그는 고창지역에 남아 있는 고인돌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 ‘얼마나 북받친 마음의 무게인가’라고 읊었다. 고인돌을 만드는 법을 설명한 그는 “당시 사람들의 삶에 지워진 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독도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을 두고는 “동트는 해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매일 매일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그 해가 바로 독도에 업혀서 올라온다”며 “시는 직접적인 구호보다는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우리 영토’라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그가 창작자로 나서게 된 사연도 들려주었다.

 

그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다 보니 자아도취를 해서라도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몽주와 이방원의 일화에서처럼 우리에게는 시를 지어 주고받을 정도의 전통과 유산이 있는데 이를 덮어두고 서양 장르 양식만 따르는 게 떳떳한가라는 생각이 들어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며 “낙천적인 성격인데다 주변의 반응에 계속 고무 받아 시조집을 내고 이후로는 평론가가 아니라 시조 시인으로 불린다”고 덧붙였다.

 

그림과 붓글씨는 잡지에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글을 연재하며 곁들이다 지속하게 됐다.

 

지난 1963년부터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리얼리즘 문학과 민족문학을 연구한 거두로 불리며 1970년대 주로 <창작과 비평> 의 지면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그는 “1970년 <사상계> 4월호에 4·19 10주년 특집으로 좌담회를 열었는데, 당시 김현 씨와 리얼리즘 논쟁을 한 뒤 정리해서 <창작과 비평> 에 내놓았고 그때 여러 사람이 지지해서 대세가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인문학 열풍과 관념 중심의 문학에 대해서 일침을 가했다. 구 작가는 “대학에서 인문학과가 취직이 안 된다고 폐과가 되는 상황인데 바깥에서는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서 “관념적인 엘리트주의 또는 거대 담론이 진정한 인문학인가라는 문제가 있으며, 절박한 삶을 표현하고 보편적 가치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는 땅바닥에서 앉는 지식인이 드물고, 시 가운데는 언어를 세련되고 기묘하게 하는 작품이 많은데 기교 중심의 시는 말초화되서 탐미주의와 자기 소모적인 파탄으로 끝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 현실 등을 언급하며 인문학 중심의 진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 작가는 “돌파구나 통로를 찾을 수 없을 때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인간 본성을 회복하고 자연 질서를 보존하는 인격의 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중서 작가는 경기 광주 출신으로 중앙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63년 잡지 <신사조> 에 ‘역사를 사는 작가의 책임’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평론집 <한국문학과 역사의식> , <자연과 리얼리즘> , <문학적 현실의 전개> 와 시조집 <면앙정에 올라서서> , <불면의 좋은 시간> , <세족례>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완주 동상면 동상서예관에서 이어진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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