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우리 가슴 속 아련한 고향과 가족

임실 출신 김도수 시집 〈진뫼로 간다〉

고향 마을과 가족을 담담하게 추억하는 시집이 나왔다. 김도수 시인(57)이 <진뫼로 간다> (푸른사상)를 펴내 가족애와 고향 사랑을 전했다.

 

그는 모두 4부에 걸쳐 60편의 시를 담았다. 유년시절의 기억에 남아있는 어머니, 아버지와 형제, 이웃, 태어나고 자란 진뫼마을의 이야기를 한 편 한 편의 시로 빚었다.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던 시절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렸다. 진솔한 시어로, 동네 말로 삶의 생생함과 진정성을 나타냈다.

 

김 시인은 “고향의 산은 여전히 푸르고 새들은 울어대지만 함께 부대끼며 흙과 나뒹굴던 이웃이 떠나간 마을은 적막하기만 하다”며 “섬진강 상류 산골짝 강변 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았지만 자연이 안겨주는 풍요로움이 있었기에 유년은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이어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품어 안으며 사람답게 살았던 삶을 자연스레 보고 배웠다”며 “지금 뭔가 쓸 만한 놈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건 순전히 고향의 강과 산, 고향 사람들의 삶에 빚진 결과”라고 밝혔다.

 

농촌에서 자식을 위해 ‘손발이 소가죽처럼 단단해지도록’ 살아온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은 ‘사랑비’로 그렸다. ‘월곡양반 월곡댁/손발톱 속에 낀 흙/마당에 뿌려져/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 아버지의 고된 노동은 ‘짐탑’으로 상징됐다. ‘강 건너 고추밭/거름 내는 아버지//하루 종일/몇 번 져 날랐는지/집 들어설 때마다/뜰방 세숫대야 속에/돌멩이 던져 넣고 있다//거름 한 짐/돌멩이 한 개/땅거미 질 때까지/짐탑 쌓고 있다’.

 

농촌을 떠난 이웃에 대한 그리움은 ‘정식이네 집’으로 향한다. ‘논밭 서너 뙈기 짓던 당숙모/옹망졸망한 자식들 데리고/서울로 이사간 지 이십여 년/지붕 위에 개망초 피었다’가 한 해 두 해가 가더니 ‘세월 연기 그을린 대들보/검게 변한 코 묻은 상기둥/이사 간 날부터/서울 쪽만 바라보며/하루해 넘기로 있었나 보다’고 쓸쓸함을 나타냈다.

 

사람뿐 아니라 진뫼의 자연, 즉 생명의 소중함도 가르친 이웃도 회상한다. ‘기어다니는 개미도 피해/땅 골라 밟던 군우실 할매’는 ‘아가야, 살살 댕기라/땅바닥에 기어댕기는 개미 새끼들/다 밟아 죽일라’며 살아있는 것에 대한 외경을 심어주는 귀한 선생님이었다.

 

김 시인의 작품을 해설한 복효근 시인은 “한 편 한 편의 시는 압축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이것은 김도수 시의 전편을 관통하는 큰 특징이기도 하다”며 “읽어보면 짧은 단막극 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감상했다. 복 시인은 이어 “진뫼마을은 단순히 태어나고 자란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넘어선다”며 “진뫼의 산천과 자연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삶, 생명 활동은 시인에게 사랑으로 내면화되고 육화된다”고 덧붙였다.

 

김도수 시인은 임실 출신으로 지난 2006년 <사람의 깊이> 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가 있다.

이세명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전북현대[CHAMP10N DAY] ⑥전북현대 가슴에 ‘왕별’ 반짝⋯우승 시상식 현장

익산익산경찰, 음주운전 집중단속

전북현대‘10번째 우승 대관식’ 전북현대, 전주성 극장으로 만들었다

전북현대[CHAMP10N DAY] ⑤함께 울고 웃었던 전북현대 팬들이 준비한 선물은?

익산익산 왕궁농협, 종합청사 신축공사 안전기원제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