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최초 발굴 화제 / 말뼈·토기류 등 함께 발견 / 순장제 연구 자료로 기대
장수 동촌리 가야고분군에서 호남지역 최초로 말발굽에 박은 편자(蹄鐵)가 출토돼 화제다. 도내를 근거로 했던 가야 세력을 재조명하고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일 장수군에 따르면 백두대간의 서쪽에 자리한 장수읍 동촌리 지역의 고분군 80여기 가운데 지름 16m 안팎의 중대형 봉분 1기에서 말뼈와 함께 징(釘)이 박힌 편자 1점이 나왔다. 봉분 내에는 주석곽(主石槨, 돌널무덤) 1기와 순장곽(殉葬槨) 2기가 배치됐으며, 이 주석곽에서 편자를 비롯해 단경호(短頸壺, 목 짧은 항아리), 기대(器臺, 그릇 받침), 발(鉢, 바리), 개(蓋, 뚜껑) 등의 토기류가 함께 발견됐다.
이번 조사는 문화재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사)한국매장문화재협회의 공모로 실시된 ‘비지정 매장문화재 학술발굴조사’사업으로 이뤄졌다. (재)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장수군의 토지 사용 동의를 얻어 지난 5월부터 동촌리 옆 두산리 산 4번지 일원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당시의 장제(葬制)를 이해할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됐다. 말의 다리뼈와 함께 출토된 편자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다 중국 길림성 집안시에 있는 고구려 태왕릉, 백제 초기 근거지인 서울 몽촌토성 주거지, 함경남도 북청군 하호리 청해토성터의 발해 유적,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유적이 모인 경남 산청 평촌리 등에서도 편자만 보고됐다는 게 장수군의 설명이다.
편자는 말로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장치로, 이번 발굴 조사에서 말뼈가 함께 나와 순장 제도를 실시했던 가야의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성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편자가 나온 고분은 도굴로 인해 4개의 묶음 가운데 1점만 남아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장수군 문화체육관광사업소 관계자는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에서도 편자 유물이 드물고, 가야의 것으로는 전국 최초일 가능성이 커 고고학적 가치가 높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이 나뉘는 장수 분지의 10여곳에 제철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가야에서 만든 편자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도굴되지 않은 몇몇 처녀분에 대해서는 군이 발굴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용득 장수군수는 “이번 발굴 조사가 장수지역의 가야문화유산에 대한 중요한 학술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분의 훼손을 방지하고 보존·관리 방안을 강구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성과는 3일 오후 2시 발굴 현장에서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한편 가야는 서기 전 1세기부터 서기 6세기 중엽까지 낙동강 주변에 있던 연맹 왕국이다. 장수군에는 장계면 월강리·장계리, 계남면 호덕리·화양리, 장수읍 대성리 등에 가야 고분 200여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장계면 삼봉리의 가야 고분군에서는 토기류, 마구와 마구장식류, 무기류 등이 출토돼 가야 세력의 규모와 수준을 확인했다. 장수=정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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