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션 비중 높여 관객 몰입 높이고 판소리·비보이·국악 '양념' 역할 톡톡 / 관객 참여 이벤트 재배치 호응 / 러닝타임 안배 여전히 문제로
위기의 ‘한옥스캔들’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언론과 공연 전문가들이 문제로 제기했던 무대 동선의 과도한 활용과 부적절한 이야기 전달방식,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참여형 이벤트 등 많은 부분들이 개선됐다.
전주시가 주최하고 문화포럼 나니레(단장 김성훈)가 주관하는 야간상설공연 ‘한옥스캔들’이 지난 2일 오후 7시 30분 전주소리문화관 마당극장서 재개됐다. 메르스 때문에 휴연된 지, 거의 한 달 만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괄목상대’라 이를 만큼 많은 부분의 변화가 있었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전달방식이 많이 보강됐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의 내레이션 비중을 늘림으로써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극 중간 중간 ‘상징적인 장치’를 드러내기 위한 판소리와 비보이의 춤사위, 국악단의 연주도 이야기와 개연성 있게 재배치돼 ‘양념’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6월 5일 공연 때 각자의 소리를 내기에만 급급했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특히 ‘악의 축’인 진불대왕이 등장할 때 보여줬던 비보이들의 격정적인 춤사위는 진불대왕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돋보였다. 관객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던 과도했던 무대 동선도 대폭 줄였고, 몰입을 방해했던 관객 참여형 이벤트도 공연 시작 전·후로 재배치했다. 오히려 공연시작 전에 진행됐던 타악연희원 아퀴와 국악 비보이 이스트 기네스의 공연, 관객참여형 이벤트는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아퀴와 이스트 기네스의 묘기를 방불케 한 공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앵콜”을 연호했다.
서울에서 온 김모 씨(65)는 “손자와 함께한 자리였는데, 유쾌하고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독일인 마리 씨(Marie·29·여)는 “한국의 색채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 같아서 좋았다” 며 “특히 관객과 호흡을 같이 했던 ‘북 치는 사람들(타악 연희원 아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여유 있는 진행도 돋보였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관객과의 대화를 유도하며 웃음을 자아냈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과 배우들 간의 포토타임을 가졌다. 일부 관객들은 특유의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만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첫 공연보다 관객들 호응도 높아지고 공연도 성황리에 끝마쳤다.
그러나 극의 러닝타임 안배 문제는 여전히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했던 한 방송국 PD는 “구성도 탄탄해지고 이야기 전달방식이 대폭 보강됐다” 면서도 “전반 30분을 비보이와 타악의 공연으로 채워진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희태 연출가는 “전주설화가 길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극 시간을 안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며 “초반을 놀이중심(공연)으로 가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 뒤,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게 좋은 방안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출을 하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느냐, 혹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느냐’는 정말 고민되는 지점이다” 며 “전문가의 조언, 현장감 모든 것들을 고려해 신나고 재미나는 연출을 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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