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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협업 통해 문학 권력 타파해야"

문화연대·인문학 협동조합, 신경숙 표절 논란 끝장토론 / "중진비평가 독점이 문제 주니어 시스템 사라져야"

한국 문단에 파문을 일으킨 신경숙 소설가 표절논란과 ‘문학 권력’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는 토론회에서 대형 출판사·문예지가 지배하는 한국 문단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은 15일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문학의 미래’를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끝장 토론회를 진행했다.

 

1부 토론 ‘신경숙 표절 사태의 진실 찾기’에서 발제한 정문순 문학평론가는 문학의 대서사와 거대 담론이 무너진 1990년대에 비교적 나지막하고 모성적인 문체를 쓰는 신씨의 작품이 문단의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앙받으면서 신경숙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앞서 2000년에 신경숙의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것이라고 먼저 주장한 평론가다.

 

정씨는 “신경숙은 문단에서 진영 논리가 설 공간을 잃으면서 문단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기획하고 새로운 이윤 동기를 개척한 문화 상품으로 소비됐다”며 “신씨 작품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맞춤법 오류, 비문, 말줄임표나 쉼표의 남발 등은 신씨 스스로 문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글쓰기 훈련이 더 필요한 사람임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씨는 “충만한 것은 소녀적 감수성이며, 결여된 것은 사회적 인식이나 세계에 대한 감수성인 ‘문학소녀’급 소설가에게 한국문학은 그동안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며 “신씨가 상습 표절을 저지르는 ‘괴물’이 될 때까지 문학인들은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방관해 온 셈이니 이제 와서 누구를 비난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토론에 나선 평론가들은 수차례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씨가 과대평가된 데는 스타 작가를 만들어 출판사의 상업적 기반으로 삼으려는 문학동네와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출판사의 비호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대 간 협업을 통해 대형 출판사와 문예지 편집위원의 공고한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성 문학평론가는 “애초 한국문학에 대한 절망적인 선고를 고지하는 방식과 권한을 40∼50대 중진 비평가가 독점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면서 “단 한 번도 선언의 기회를 얻어보지 못했거나 선고 또한 내린 바 없는 20∼30대 비평가들의 침묵은 이들이 ‘침묵을 강요하는 구조’에 억눌려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젊은 작가와 비평가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으면 한국문학의 미래는 더 어둡다”며 “다양한 세대의 경험이 서로 토론하고 협업하면서,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고 새로운 문학을 상상할 수 있을 때 대안적 문학이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적 문학생산 주체 찾기’를 주제로 한 토론회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발제했다. 그는 다행히 기존 문예지에 맞서 새로운 문학 논의장이 출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소설가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격월간 소설 전문 문예지 ‘악스트’ 등 현재의 지배적 문학장을 깨트리려는 새로운 실험이 신경숙 표절 논란 이전에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기돈 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언론과 문예지의 공모관계를 설명하지 않으면 문학 권력을 제대로 타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또 “지금처럼 선배 평론가가 후배를 키우는, 선배가 후배에게 문예지 좌담을 배분하고 평론을 쓰게 해주는 식의 ‘주니어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주례사 비평’이 남발할 것”이라며 “젊은 평론가들이 주니어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고 출판사가 정해놓은 답에 따라 평론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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