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출신 서영숙 첫 시집 〈면벽 틈새에 촛불 켜다〉
서영숙 시인은 20여년간 시를 공부하다 등단 11년만에 첫 시집 <면벽 틈새에 촛불 켜다> (이랑과 이삭)를 냈다. 면벽>
“삶의 끈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 시가 햇살이고 스승이기도 했다”는 그는 이 책에 ‘소이진 나루터에서’, ‘설익은 추석’, ‘관음사 왕벚나무’, ‘면벽 틈새에 촛불 켜다’, ‘한여름 밤의 서정’ 등 전체 5부로 나눠 73편의 시를 담았다.
서 시인의 눈에는 비친 군산 앞바다 의 ‘선유도’는 ‘헤일처럼 우쭐대다 물집 잡힌 발을 개펄에 묻고/간간한 해풍에 몸 말리며 빈둥거리는 폐선들, 그리고/가난을 염장하는 하루를 포구에 부리고선/저물어가는 몸에 소주 한 잔 부어 갈증을 발효시키는/바다, 그 오지랖 넓은 품속’이다.
그가 살고 있는 무주의 소이진 나루터는 ‘상처도 잘만 견디고 나면 길이 되나 보다./아비는 날마다 뼈와 내장을 껴내어/정으로 패고 곡괭이로 땀을 찍다가/다친 상처가 바지게 속 무게를 지우더니/꾸불텅꾸불텅 길이 되어버렸다.’이 길은 세월이 지나 ‘때론, 숲의 뒷덜미를 잡고 부엉부엉 울다가/강으로 투신했지만 어질증 앓는 해종일/울울울 흐르는 강을 보듬고 나뒹굴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나자 뒷전으로 밀려나는 풍경까지 정감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자연에 가정사를 투영한 작품도 눈에 띈다. 농촌의 살림과 홀로된 시아버지, 9남매의 시형제까지 보필해야 했던 고됨을 숨겨 놓았다. ‘허드레 땅, 버려진 집터면 어때/가슴앓이로 얼굴이 푸석푸석해도 좋아/울타리도 만들지 않을 거야/낯선 바람과 물선 이웃에 햇살 빌어/내 심지 곧게’뿌리내리는 ‘개망초’같은 삶이 읽혀진다.
이운룡 시인은 평설에서 “서영숙 시인의 작품은 평범한 제재에 관심을 두고 시심을 길어올려 내면의 본태를 드러낸다”며 “인간애와 화해, 친화, 인정의 숨결이 숨쉬는 서정성을 지녔다”고 평했다.
서영숙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무주군 공문원으로 정년퇴임했다. 지난 2004년 <월간문학> 11월호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10년 제21회 열린시문학상 금탑상을 수상했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을 맡고 있다. 월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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