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지 어느 덧 70년이 흘렀다. 민족의 독립운동을 기리는 지역 현충시설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항거한 전북지역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얼과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현충시설 중 일부는 손상되거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었다. 또 일부 시설의 경우 친일반민족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을 기리기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전주보훈지청에 따르면 도내 독립운동 관련 현충시설은 모두 96곳이다. 기념비가 48곳으로 가장 많고, 사당 등 19곳, 기념탑 10곳, 동상 7곳, 기념관 6곳 등의 순이다.
△깨지고 잡풀만 무성
전국적으로 들풀처럼 번진 3·1만세운동은 익산지역에서도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1919년 4월 4일 당시 익산에서는 수천명의 군중들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 중 일부는 일제의 무자비한 총칼 아래 장렬히 산화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익산시민들은 지난 1949년 익산 남부시장 인근에 ‘순국열사 비’를 세웠다.
익산 3·1독립운동 기념공원 내에 자리한 순국열사 비는 현재 아랫부분이 깨져 있고 비석 인근은 잡풀이 우거져 있다. 여기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충렬사(익산 왕궁면 소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충무공 이순신과 안중근·이봉창·윤봉길 의사 등 순국선열의 위패를 봉안하고 추모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보존·관리 상태는 엉망이다. 안내판도 설치돼 있지 않고, 사당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 일부는 심하게 손상돼 있다. 사당 앞 마당은 오랜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탓인지 발목까지 덮는 잡풀만이 무성했다.
△노점상이 점거, 송덕비와 나란히
전주 남부시장 매곡교 주차장 입구에는 ‘전주 3·1운동 발상지 비’가 서 있다. 이 비는 1919년 3월 13일 당시 전주 주민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목놓아 외쳤던 3·1 만세운동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하지만 현재는 시장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봇짐을 풀어놓는 장소로 전락했다. 또 인근 다가공원 입구에는 전주 3·13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인전 서문교회 목사(1876~1923)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가 있다. 김 목사는 당시 신흥학교 학생 및 교인·군중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남부시장 일대에서 만세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이 기념비는 조선시대 전주에 부임했던 지방관들의 송덕비와 나란히 서 있다.
이 때문에 조국광복을 위해 나선 지역민들의 염원을 기억하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애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게 광복회 전북지부의 설명이다.
조교현 광복회 전북지부 사무국장은 “일제에 맞서 조국광복을 외쳤던 선열들의 숭고한 넋이 훼손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순국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이 오래도록 후손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보훈지청 관계자는 “전주 3·1운동 발상지 비와 김인전 목사 기념비 이전을 위해 현재 전주시 및 서문교회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친일반민족’기념시설 논란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선정·공개한 친일반민족행위자(1005명)를 기리는 추모비·동상·생가 등이 현충시설로 지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2015 국정감사 정책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념물은 7개다. 이 중 고창에 있는 김성수 생가와 동상은 국가보훈처가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올 초 국회 김영록 의원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기존에 설치된 친일파 상징물을 철거하고, 설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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