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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우울병 산재…예방 더 중요

고용노동부 관련법 개정안 입법예고 / "사후 대처 그쳐, 실효성 대책 필요" 지적

“반말 하고, 손을 잡고, 돈이나 표를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해요. 그래도 항상 웃어야 해요…”

 

호남고속도로 도내 모 구간 톨게이트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성 직원 A씨는 고객을 만나는 20초 동안, 욕설은 기본이고 성희롱적 발언까지 듣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회사 내 20가지가 넘는 평가항목들로 인해 매 순간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정부가 A씨와 같은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관련법을 입법예고했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은 사후적 대처일 뿐으로, 예방차원의 실효성이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8일 전주근로자건강센터가 지난 9월부터 전북지역 톨게이트 3곳과 항공사 1곳의 직원 75명을 대상으로 ‘업무 중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30명이 고위험, 42명이 잠재적 스트레스, 3명만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은 우울병, 불안, 소화장애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이며, 잠재적 스트레스는 그 전 단계로 이 역시 위험한 수준이다.

 

전주근로자건강센터 서유나 임상심리사는 “그동안 상담해온 항공사와 콜센터 직원들의 가장 큰 피해유형은 상대의 성희롱적 발언과 무시하는 언행”이라면서 “회사 방침상 평가를 받는 입장인 이들은 거부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고용노동부는 이처럼 ‘감정노동자’들이 직장내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업무와 관련해 고객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으로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적응장애와 우울병 등을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으로 포함시키도록 했다.

 

감정노동이란 용어는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감정노동이라는 말로 표현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13년 발표한 ‘감정노동의 직업별 실태’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상위 직업은 △항공기 객실 승무원 △홍보 도우미 및 판촉원 △이동통신기 판매원 △검표원 △콜센터 상담원 등이다.

 

지난 3일 전주지법은 콜센터 상담원 100명에게 전화해 “자기야 사랑해. 오빠하고 데이트 좀 하자”라며 130여차례 전화를 건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이모씨(51)에게 징역 8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한 바 있다.

 

정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입법예고로 우울병과 적응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아온 감정노동자들이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예방차원의 대책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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