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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도 쉼 없이 뛰는 '시민 지킴이들' "이웃끼리 화합하고 배려하는 설날 됐으면…"

"연휴 땐 보충 근무까지 하며 일 많아져도 안전·평온한 설 되는데 일조…보람 느껴 "

▲ 34년간 시민의 발로 뛴 ‘전주시내 명품 버스기사’ 이봉운 씨가 연휴기간 승객들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환히 웃고 있다. 박형민 기자
이번 설 명절은 대체휴일까지 포함해 5일을 쉬어 오랜만에 꿀맛 같은 휴일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날 때 시민들을 위해 여전히 현장에 남아 ‘시민의 발’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 특성상 휴일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한 이들은 이번 설에도 ‘으레 그렇듯’ 일터에 몸을 두고 서운함을 달래야 한다.

 

△ ‘시민의 발’ 시내버스기사 이봉운씨

 

“내가 없으면 시민들의 발이 묶인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설 명절 더욱 고된 근무를 해야 되는 이봉운씨(64)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쳤다. 26년간 고속버스 기사로 근무한 이씨는 회사 정년퇴직 후 ‘전주시내 명품 버스기사’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 이씨는 자식들이 명절에 내려와도 오래 볼 수가 없다. 그는 할아버지를 유독 따르는 3살배기 손자와 명절에 함께 지낸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씨는 “서울에서 가끔 내려오는 손자를 보는 것이 요즘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명절에도 일을 하다 보니 손자를 오래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례·성묘도 지낸 적이 드물어 어쩔 수 없이 조상님께 불효를 저지른 것 같다”면서 “내가 버스를 운행해서 승객들이 설 명절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머니 그리운 택시운전사 황호문씨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1년 전 반도체 회사를 그만둔 뒤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황호문씨(34)는 어릴 적부터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설 명절에도 찾아가지 못해 마음이 착잡하다. 그는 7년여간 근무한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퇴사해 택시운송업에 뛰어들었다.

 

황씨는 “첫 손님이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간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들고 “택시를 운전한지 1년이 지나니 이제는 승객 얼굴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온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택시 운전을 하면서 여러 편견에 시달렸다”며 “난데 없이 하대를 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손님들도 많지만 저의 경력을 물어보시고 반도체 회사에 면접을 보도록 주선해 주겠다는 손님과 명절에 가끔 선물을 주시는 손님도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귀향객 맞는 톨게이트 직원 김은희씨

 

“전주에 오시는 모든 분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시길 기원해요.”

 

10년간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근무한 김은희씨(54·여)는 이 일을 하며 자녀들의 사춘기 시절을 못 지켜본 것이 마음에 짐으로 남는다.

 

특히 명절을 맞이할 때면 가족행사에 항상 참석을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가족들의 배려로 그는 10년째 전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고 있다.

 

김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어두운 표정을 짓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밝게 인사를 건네는 고객도 줄어 세상이 각박해진 것을 느낀다”며 “이번 설 명절에는 이웃끼리 화합하고 배려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주의 첫 인상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전주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훈훈한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안전 지킴이’ 112상황실 정명주 경사

 

전북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정명주 경사(38·여)는 3년 째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등 치안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명절에는 정상근무 외에 보충근무까지 서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설에도 예외는 아니다. 5일의 연휴 가운데 4일을 근무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정 경사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시댁·친정 식구들 가운데 경찰관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남편도 경찰관이다.

 

정 경사는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도, 이 기간에 가정폭력 신고가 많이 들어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선후배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 신고도 많이 들어오는 등 평소보다 폭력사건이 많이 접수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하는 마음이 즐거운 명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112상황실에 근무하는 경찰관들도 감정노동자이기 때문에 시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한 마디에 힘을 낸다”고 말했다.

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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