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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전하는 인생의 선물

전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복효근 시인과 이병초 시인이 출판사 ‘창비’에서 잇따라 시집을 냈다. 복효근 시인은 청소년 한 명 한 명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씌여진 시집 <운동장 편지> 를, 이병초 시인은 질박한 시어로 차린 시집 <까치독사> 를 펴냈다.

 

● 복효근 〈운동장 편지〉 청소년들 일상 관찰, 온기 어린 위로·희망

사탕을 건네며 표현하는 수줍은 첫사랑, 밉기도 좋기도 한 선생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달라지는 내 몸, 가끔은 이해되지않는 교칙들, 때로는 좋기도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한 부모님의 사랑 등 ‘꿈은 하늘보다 높고 삶은 바닥보다 낮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청소년시 시리즈인 ‘창비청소년시선’의 다섯 번째 권 〈운동장 편지〉(창비교육)는 10대들의 일상에 다가서기도 하고, 시인의 청소년기를 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을 바라보는 교사와 부모님의 시선도 얽혀있다.

 

줄곧 시를 써오면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시인은 늘 아이들 곁에 머물러왔다.

 

그는 “청소년도 나름의 문화와 세계가 있고 그 시기만의 고민이 있다”며 “어린이는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청소년 시기에 맞는 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제안을 하나 하고 싶었다./ 선생님과 우리가/ 자리를 바꾸어 봤으면 좋겠다.// 하루에 여덟 시간 한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 일/ 얼마나 지겹고 졸립고 힘든 일인지 지옥인지/ 선생님도 겪어 봤으면 좋겠다.’( ‘자리 바꾸기’ 중)

 

당연하다고 여겼던 청소년들의 일상과 규정을 뒤집었을 때, 시집을 읽는 어른들에게는 가슴 뜨끔함을, 청소년들에게는 속 시원한 청량감을 안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꾹꾹 속으로만 할 말을 눌러 담고 있을 그들에게 복 시인의 방식으로 건네는 위로와 희망이다.

 

● 이병초 〈까치독사〉 농밀한 전라도 입말, 서민 애환까지 더해

“답을 캐려는 붓질 괭이질이 쉽지 않아도 내 시는 우리 말씨에 엉겨 번지는 사람 냄새를 찾는 데 더 공력을 들여야 합니다.”

 

꾸밈없는 입말로 세상을 읽는 시 언어는 걸쭉하고 농밀하다. 여기에 권력도 돈도 없는, 유일한 무기는 목숨 하나인 서민의 애환을 더했다.

 

이병초 시인이 시집 〈까치독사〉(창비시선)을 출간했다. 지난 2009년 시집 〈살구꽃 피고〉를 낸 후 7년 만이다.

 

함량 미달의 시는 쓰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수년 간 시를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은 마음과 우석대 동문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원동력이 됐다.

 

오래 갈고 닦은 시편들은 박남준 시인의 말처럼 굽이굽이 깊어지며 막힘없이 분방하고 갓 잡아 올린 은빛 비늘처럼 퍼덕거린다. 삼베옷처럼 질박하고 거친, 그래서 오히려 정겨운 전라도 방언은 여전히 편편마다 살아있다.

 

각박한 삶을 건드리고 싶은 문제의식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누군가에게 되알지게 얻어터져/ 창자가 밖으로 쏟아질 것만 같은데/ 꺼낸 무기라는 게 기껏 제 목숨뿐인 저것이/ 네 일만은 아닌 것 같은 저것이/ 저만치 물러난 산그늘처럼 무겁다’( ‘까치독사’ 중)

 

그는 “모든 것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에 비해 서민은 상처를 입어 싸우고 싶어도 한 개밖에 없는 목숨이 무기다”며 “까치독사는 고향의 산과 넝쿨사이 추억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오늘이다”고 말했다.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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