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민 군산시의회 의장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의정브리프 제47호(2025)’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이름과 정당을 정확히 알고 있는 주민은 15.8%에 불과했다.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28.0%였다. 지방의회가 시민 곁에 충분히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방의회 제도 30년 평가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44.2%로 긍정 인식(18.5%)의 두 배를 넘었다.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신뢰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1952년 지방의회가 처음 문을 열었으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전, 1961년 군사정권의 격랑 속에서 제도가 전면 중단되었다. 이후 1991년 기초의회선거, 1995년 단체장 선거 부활을 거쳐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되어 다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형식적 복원이 곧 실질적 자치 정착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전히 시민들은 묻는다. “지방의회는 왜 필요한가?”
그 질문에 답하려면, 지방의회의 본질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는 행정의 감시자이자 견제 장치이며, 시민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현장을 살피는 기관이다. 지역의 특수성과 현실을 반영하여 행정이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시민의 눈 높이에서 점검하고 정책의 방향을 조율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이다.
군산의 현실을 보자. 청년 인구 유출은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군산시는 ‘청년정책 기본계획(2024~2028년)을 수립하고, 향후 5년간 4,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계획이 곧 성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예산이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데 쓰이는지, 보여주기식 행사나 소모성 사업으로 낭비되는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야 할 곳이 바로 지방의회다.
환경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차전지 산업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폐수 문제에 대한 시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군산시의회는 2023년 제260회 정례회에서 ‘이차전지 특화단지 폐수 사전처리시설 마련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며 사전 예방적 환경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2024년 제267회 임시회에서는 ‘새만금 산업단지 이차전지 폐수 방류 배출허용기준 개선 촉구 성명서’를 채택하고, 기준 재검토와 공공폐수처리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지역의 미래 산업과 시민 안전을 함께 고려하는 의회의 역할이 드러난 사례다.
‘논어’에 나오는 “과오를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는 말처럼, 지방의회의 역할은 문제를 드러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행정 집행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개선을 촉구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이번 정례회 기간 동안에 있을 행정사무감사 또한 단순한 지적을 넘어, 행정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의회가 중심에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정례회는 매년 반복되는 회기이지만,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과 예산이 논의되는 만큼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해마다 반복되는 회기일지라도, 의회가 시민의 삶과 맞닿은 정책과 예산을 얼마나 깊이 있게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했는지가 결국 지방의회의 진정한 존재 이유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군산시의회는 앞으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속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의정활동의 기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얻는 것이다.
내일을 차분히 설계하는 책임있는 주체로서 군산시의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토대를 다져나갈 것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