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직원들, 공사현장까지 샅샅이 뒤져 / 카메라 꺼내면 담뱃불 꺼 증거확보 어려움
전주 한옥마을 전 구간(사유지 제외)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본격 단속 첫 날인 지난 1일 오후 2시30분께 전주 성심여자중학교 앞에서 전주시 보건소 직원 한 명이 20대 대학생과 승강이를 벌였다. 김모 씨(21·전주시 송천동)가 담배를 피우다 단속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전주시보건소 단속원이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는 김씨에게 다가가 금연 단속 공무원임을 밝힌 뒤 “오늘(1일)부터 한옥마을 전 지역에서 금연 단속이 시행되는 것을 몰랐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몰랐다”고 떼를 썼다.
인근 음식점에서 칼국수를 먹은 뒤 10m 떨어진 학교 앞으로 이동해 담배에 불을 붙인 김씨는 갑작스러운 금연단속에 반발했다. 김 씨는 “제가 진짜 몰랐거든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반문하며 피우던 담배꽁초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단속원은 “이미 3개월의 계도기간이 있었다.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단속하는 것이 아니다”고 이해를 구한 뒤 신분증을 요구했다.
한옥마을 전면 금연구역 지정 이후 첫 적발자로 기록된 김씨는 “앞으로는 한옥마을에서 절대로 담배를 안 피울테니 오늘은 그냥 주의만 주고 보내주세요”라며 사정했지만 현장에서 적발된 불법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이날 한옥마을 내 공사장에서도 담배를 피우던 인부 3명이 적발됐다.
금연 단속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진행됐다. 한 단속원이 급하게 카메라를 찾았다. “단속 전 흡연 모습을 증거로 수집해야 하는데, ‘단속요원’이라고 새겨진 조끼를 입은 우리의 모습이 눈에 띄면 흡연자들은 재빨리 담뱃불을 끄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속원은 흡연자와 간격을 50m쯤 두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흡연자들이 미리 눈치채고 담뱃불을 끄는 바람에 증거확보가 안돼 지도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총 7명으로 구성된 전주시보건소의 금연 단속반은 사람들이 담배를 자주 피우는 오후 2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한옥마을뿐만 아니라 일반음식점과 어린이공원, PC방 등 전주 시내 전체의 금연 단속을 도맡는다.
전주시보건소가 지난 1월과 2월 주민과 사업주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간접흡연으로 부터 쾌적한 거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한옥마을 전 구간 금연구역 지정에 86%가 찬성했다.
이에 ‘전주시 금연환경 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 방지조례’에 따라 전주 한옥마을 내 골목길을 포함한 전 구간(사유지 제외)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올해 4월부터 3개월간 전주시는 일제 계도에 들어갔다.
음식점 내 주차장과 마당 등 사유지를 제외한 전주 한옥마을 어느 곳에서든 적발된 흡연자는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물론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모든 음식점 내 흡연도 단속 대상(과태료 10만원)이다.
오목대 인근 소매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침에 보면 골목에 와서 담배를 피우고 가는 여학생들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며 “뭐라고 나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면서 가게 앞에 둔 물통을 발로 차고 간다”고 호소했다.
전주시보건소 관계자는 “전주 한옥마을이 ‘연기 없는 명소’라는 선진적인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서로 돕는 미덕이 필요하다”며 “단속에 앞서 금연에 동참하는 선진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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