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세탁기 소리에 애완견 까지…2014년 140건서 지난해 343건으로 / 노후아파트 비율도 63% 전국 최고
#1. 올해 초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벗어나 전주시 덕진동의 원룸으로 이사한 나모 씨(28)는 이사한 첫 날부터 이 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자정 무렵부터 들려오는 위층의 발걸음 소리에 잠에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 씨는 “방음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위층에 사는 사람과 여러번 말다툼도 해서 스트레스가 정말 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 지난 3월 전주시 인후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김모 씨(48)는 입주한 지 얼마 안 돼 위층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 애완견 짖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등 생활 소음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좋게 생각했지만 그렇게 3개월이 지난 후, 김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집에 사는 30대 남성이 위층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이 숨지는 사건도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층간소음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도 층간소음 갈등의 예외지역이 아니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6년 5월 운영결과 보고’에 따르면 센터가 설치된 지난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 신청 건수는 7만5000여 건으로 월 평균 1455건, 하루 평균 71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경우 2014년 140건, 2015년 343건, 올해 5월까지 109건이 접수됐다.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아이들 뛰는 소리와 발걸음이 72.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망치질(4.2%), 가구를 끌거나 찍는 소리(3.3%)가 뒤를 이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해 왔지만 1~2인 가구의 증가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고시원 거주자가 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노후 아파트가 많아 층간소음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발표한 준공 후 15년을 초과한 노후 아파트는 전국 932만3868가구 중 55.87%인 520만8929가구로 나타났다. 이 중 전북지역 노후 아파트는 21만9919가구로 노후 아파트 비율이 63.55%로 나타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층간소음 갈등 해결을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도 시작되고 있는데 경기도 광명시의 경우 지자체 최초로 ‘층간소음 갈등해소 지원센터’를 세우고, 층간소음조정위원회 등을 설치해 층간소음 문제를 주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층간소음 상담코너’를 설치해 주민과 아이들에게 공동주택 예절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광명시는 이 제도로 작년 환경부장관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북의 경우 도청이나 시·구청에 민원이 들어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하거나, 이웃사이센터에 연결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도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접수되면 이웃이 서로 좋게 얘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웃주민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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