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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잊은' 삶의 현장…1400도 화로앞 '뻘뻘' · -18도 창고안 '덜덜'

전주 용머리 고개 '대장간' 망치 들고 불꽃과 사투 "이곳보다 더운 곳 없어" / 전주 송천동 '얼음 공장' 초대형 얼음과 늘 씨름 "폭염도 여기는 한겨울"

폭염경보가 계속되는 등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더위에 지친 일반 시민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1,000도가 넘는 화로를 마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대장간, 영하 20도에 가까운 얼음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1. 전주 용머리 고개에 자리잡고 있는 ‘광명 대장간’.

▲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전주 용머리 고개의 한 대장간에서는 1400도까지 올라가는 화로 앞에서 대장장이가 더위를 잊은 채 망치질을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9일 오전 10시께 찾아간 전주시 완산구 용머리 고개의 광명 대장간에서는 문화재청 철물기능인 2736호인 김창기 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쇠를 달구고 있었다.

 

김 씨를 따라 작업장으로 들어가 보니 바깥 날씨는 덥다고 말할 정도가 못됐다. 빨갛게 달아오른 화로 앞은 흡사 찜질방에 들어온 듯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1,4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는 화로 앞에서 김 씨는 쇠를 녹이는 작업에 열중했다.

 

작업장 뒷벽에 매달린 선풍기 한 대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작업장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김 씨는 “요즘엔 예전만큼 일이 많지 않아 매일 작업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요즘은 낫이나 호미 등 대부분 물품이 공장에서 기성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장간을 찾지 않는단다.

 

그래서 지금은 주로 손님들이 기존에 쓰던 물품을 수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기 굽는 그릴 같은 캠핑 도구를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간혹 철을 이용해 공예품을 만들려는 사람이나 기성품이 아닌 독특한 장식이 들어간 물품을 주문하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일하는 중간 휴식을 취하던 김 씨는 “일반인들은 화로 앞에서 5분도 못 버텨요. 나도 오래 있으면 너무 더워서 쉬어줘야 해요”라고 말했다. 김 씨에게 ‘여기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가면 여름 같지 않겠다’고 묻자 “에이, 그래도 여름은 여름이죠”라며 “그래도 화로 앞보다 더한 곳은 없겠죠?”라고 대답하며 웃음 지었다.

 

#2. 전주시 송천동 수산시장내 얼음 공장.

▲ 전주 수산시장에 위치한 얼음 공장에서 공장 관계자가 두꺼운 점퍼를 입고 초대형 얼음을 나르고 있다. 박형민 기자

바깥 기온이 34도를 향해 치솟던 이 날 오전 11시 30분께 찾은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수산시장 내 얼음 공장에서는 큼지막한 얼음을 전기톱으로 자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얼음 창고 안을 들어가기 위해 서둘러 준비하는데, 직원 한 명이 반소매 차림의 기자를 보더니 대뜸 “그렇게 들어가면 안 돼요” 하며 두꺼운 점퍼를 꺼내 준다. 한여름에 이게 웬 점퍼냐고 묻자 “들어가 보면 안다”고 했다.

 

두꺼운 철문을 열자 하얀 입김이 절로 나왔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자 가슴 한쪽이 찌릿했다. 창고 안에 쌓여있는 얼음을 한눈에 보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자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창고 바닥에는 얼음이 잔뜩 깔려있고 천장에는 새하얀 성에가 가득 끼어있어 ‘얼음 궁전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창고 안 온도는 영하 18도. 한겨울 산속에 맨몸으로 서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황충하 부장은 “점퍼를 왜 줬는지 알겠죠”라며 웃는다.

 

창고 바닥에는 두께 25cm, 가로 55cm, 세로 110cm의 직사각형 얼음 500여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얼음 한 개 무게만 해도 135㎏이라고 한다.

 

이 같은 직사각형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빙실에 설치된 얼음 틀에 물을 채우고 48시간 동안 공기를 주입하며 얼려야 한다고 했다.

 

오전 6시부터 분주하게 작업이 시작돼 하루에만 직사각형 얼음 112개, 15t 분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곳은 계절은 여름이지만 여름이 아니었다.

 

“바깥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창고 안에 들어가면 겨울”이라는 황 부장은 “올여름은 예년보다 상당히 더워졌지만 그렇다고 얼음이 더 많이 팔리지는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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