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 씨(26)는 올 상반기부터 공기업과 사기업에 연이어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1차 서류통과도 쉽지 않았다. 어학 성적과 자격증도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던 김 씨는 자기소개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인터넷 자기소개서 대필 사이트에 연락했다. 가격은 A4용지 2장에 7만 원. 사이트에 있는 정보란에 자신의 정보를 쓰면 2~3일 내로 완성된 자기소개서를 보내준다고 했다.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담당자는 명문대 출신에 취업컨설팅 경력도 많으니 믿고 맡겨도 좋다고 했다. 김 씨는 믿어볼까 했지만 ‘자기소개서를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나’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하반기 공채와 대학 수시모집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 등을 대신 써주는 대필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험생과 취업준비생들도 절박한 마음에 이런 대필 업체들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 초 취업준비생 723명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대필 받을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51.5%가 ‘받아보고 싶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2명 중 1명이 대필 의향을 가진 셈이다.
대필을 원하는 이유로는 ‘부족한 글솜씨를 만회할 수 있어서’가 55.1%(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취업 성공이 가장 중요해서’(46%), ‘글솜씨로 차별받는 것이 억울해서’(32%), ‘거짓 내용만 아니면 괜찮아서’(31.2%), ‘나를 더 좋게 포장할 수 있어서’(29.6%), ‘실제 업무 역량이 더 중요해서’(19.4%)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인터넷으로 홍보하는 대필 사이트만 1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사이트마다 다양한 가격을 책정해 놓고 있다.
이 같은 대필 행위의 경우 위법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이트에 있는 대필 작가들의 자격이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어 전문성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또 대필한 자기소개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환급 등의 처리가 곤란한 경우도 많아 절박한 마음의 취업준비생과 수험생들을 노린 양심 불량 서비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한 대필사이트 관계자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곳과는 달리 명문대 출신 전문 작가들이 의뢰인들과 1시간 정도의 면담을 거쳐 새로운 글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나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본인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다는 입장이다.
전북대 입학본부는 학생의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서류 평가 전 유사도 검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검사한다고 밝혔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유의수준(유사도 5% 이내), 의심수준(5∼30%), 위험수준(30% 이상)으로 분류하고, 교사추천서의 경우도 각각 유의(20% 이하), 의심(20∼50%), 위험(50% 이상)수준으로 분류해 검사하고 있다.
전북대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사도 검사를 하기 때문에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대필이나 짜깁기를 해 적발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면서 “컴퓨터에서 걸러내지 못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학생이 쓴 글과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준 글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학생 본인의 이야기를 자신이 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전북은행 인사팀 관계자도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한 마음은 알고 있지만 자신이 쓰지 않은 자기소개서의 경우 면접에서 들통나기 마련”이라며 “자신이 직접 실제 경험과 이야기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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