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력 없고 정체성 상실…선택과 집중 필요 / 장르별로 고르게 조명된 것이 그나마 '성과'
(사)한국예총 전북연합회(회장 선기현)의 10개 분과별 협회와 11개시·군지회가 참여해 분과별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제55회 전라예술제’가 지난 16일 막을 내렸다. 올해는 접근성이 좋은 전주에서 열리며 많은 시민들이 축제에 참여했지만 해마다 같은 형식과 내용의 프로그램을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다. 50여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도내에서 가장 큰 예술인들의 교류 장이지만 특색 없는 형식적인 행사로 예술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라예술제는 지역민 문화 향유 확대를 위해 도내 시·군을 돌아가며 행사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지난 14일부터 3일간 전주 덕진공원에서 열렸다.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돼 참여했다. 무용 국악 음악 연극 연예인예술인협회가 공연을 하는 야외무대와 건축가 문인 미술 협회가 전시를 여는 몽골 텐트가 한 곳에 집약돼 장르별로 비교적 고르게 조명됐다. 다만, 16일 비가 내리면서 작품 훼손을 우려해 몽골텐트 안 작품을 철수, 열악한 장소적 한계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새로울 것 없는 행사로 흥미를 끌지 못했고, 예술제 본연의 취지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라예술제는 반 백 년 이상 활동한 도내 가장 큰 문화예술단체인 전북예총 회원들이 예술 활동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전북 문화예술의 깊이와 수준을 도민과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공연은 협회별로 이미 선보였던 작품이나 레퍼토리가 많았고, 전시는 특색이나 주제 없이 회원 작품을 모아 선보이는데 그쳤다. 영화인협회는 극장을 대관해 비교적 최근 개봉작인 전북출신 감독의 대표 영화 세 편을 재상영했다.
다수의 도내 예술인들은 “새로운 시도나 특별한 기획력 없이 결과물을 나열한 행사는 각 협회별 역량과 전북 문화예술의 위상을 드러내기에 한계가 있다”며 “매 회마다 나오는 지적들로 도내 최대 순수 예술잔치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 기획력에 따른 공정한 예산 분배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통해 분과별 계획서를 평가하고 예산을 차등 지급 했지만, 참신한 기획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협회별 예산 차이가 평균 50만원 선으로 미미해 사실상 큰 효과는 없었다는 의견이다.
행사를 방문한 도내 문화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예산, 기획 등의 한계가 있다면 의미 있는 프로그램에 과감히 투자하거나 협회별로 격년제로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체계적인 기획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행사가 끝난 후 올해 평가와 함께 내년 예술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미리 계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기현 회장은“그동안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기획을 내부에서도 준비중이고, 다양한 장르를 섞어서 한 작품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 외부 전문가 평가는 시작단계라 변화가 적었지만, 내년에는 올해 행사를 면밀하게 평가해 예산 배분과 프로그램 기획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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