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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해 (상) 실태] '기계 나무' 같은 통신 중계기 '도심 흉물'

무분별 설치, 지중화 공사 방해·미관 해쳐 / 가정용 와이파이 해킹 개인정보 유출 우려

▲ 27일 전주천서로 언더패스 입구 전신주에 무수히 설치된 통신 중계기들이 기괴한 형상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인류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통신 장비들이 늘어나다 보니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 또한 적지 않아 ‘공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길을 가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뜨는 불필요한 와이파이 알림과 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 전신주 등 도로 곳곳에 지저분하게 설치된 통신 중계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통신 선로 등을 지중화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도로 확장공사 등에서 공사를 지연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편의가 공해가 돼버린 현재,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보고 개선방안에 대해 생각해본다.

 

#1. 대학생 김모 씨(25)는 최근 인터넷에서 본 기사가 마음에 걸린다. 중국인 해커가 우리나라 가정용 공유기를 해킹해 와이파이를 사용한 스마트폰 1만3000여 대에서 개인정보를 빼갔다는 기사였다. ‘집에서 쓰는 와이파이도 해킹당하는데 밖에선 괜찮을까?’ 그 후 김 씨는 자꾸 울리는 와이파이 알람이 걱정스럽다.

 

#2. 도심 곳곳에 깔린 통신사 중계기들 덕분에 어디를 가도 통화가 되지 않는 곳이 없다. 하지만 이 중계기들이 모인 곳을 마주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27일 아침 출근길에 만난 신모 씨(30)는 “가로수들 사이로 전신주 하나가 우뚝 솟아 있어 살펴보니 전신주에 통신 중계기들이 무수히 달려 얼핏 보면 ‘기계로 된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며 “덕지덕지 붙은 통신 중계기들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누구나 무선 공유기를 설치할 수 있고, 통신 업체들이 제공하는 공용 와이파이도 부쩍 늘어나 어디서든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공유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국내에 있는 가정용 공유기 4000여 대가 중국인 해커로부터 해킹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유기가 해킹당하며 이를 통해 무선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하던 스마트폰도 무더기로 해킹당해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1만3000여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유기를 해킹해 와이파이에 접속한 스마트폰 인증번호를 가로채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자동으로 설치한 것이다.

 

가정용 공유기 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용 와이파이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무더기로 설치된 통신 중계기들이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등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통신 중계기들은 양 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설치하게 돼 있지만 사실상 등록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무수히 설치될 수 있다. 새로운 지역에 설치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 도로관리 부서에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는 전신주에 기기를 추가만 하는 경우 안전 문제만 없으면 설치에 제한이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주시는 ‘도로 비우기 사업’의 하나로 지중화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도로 확장공사나 구조물 건설 시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전주시는 3년, 5년, 10년 단위로 이뤄지는 도시계획 확장선에 따라 지중화 작업을 할 때 해당 구간을 되도록 피하고 있지만, 행정상 혼선이 오는 경우도 있고, 기존에 매립된 지중화 라인에 어쩔 수 없이 공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동통신 3사 각각의 통신업체마다 통신선을 따로 설치하기 때문에 공사로 인한 업체와의 협의 과정이 복잡해진다. 또한 선로를 옮겨 매립하는 과정 역시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전주시 관계자는 “공사를 하려고 해도 이동통신 업체마다 협의를 해야하고 매립된 선로들도 많아 공간이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며 “새로 신설하는 구간의 경우는 새로 지정을 해주면 되지만 기존에 매립된 관은 옮겨서 다시 매립하는 문제로 관급 공사가 지연되는 등 골치 아픈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인터넷 공해 (하) 개선 방안] 시민 보안의식·행정 관심 중요
천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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