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협의체 성상검사 강화로 처리 지연 / 운행횟수 절반으로 줄며 제때 수거 안돼
전주시와 쓰레기 처리시설 관련 주민협의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전주시내 거리 곳곳은 수거해가지 못한 쓰레기봉투 더미들로 넘쳐나고, 수거한 쓰레기 마저 소각장으로 가지 못하고 임시로 마련된 야적공간에 적치된 상태다. 주민협의체의 반입 쓰레기 성상 검사 강화로 청소차량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협의체가 실시하는 성상 검사는 적법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기존의 부실했던 성상 검사 문제와 함께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시민의식도 이러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수 차례 반복돼 온 문제의 연결고리를 끊을 방안은 없는지 현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개선방안에 대해 생각해본다.
13일 전주시 완산구 상림동의 ‘전주권 소각자원센터’ 앞에는 쓰레기 수거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에 쓰레기를 소각하러 오는 김제시나 완주군의 수거차량은 소각장으로 바로 들어가 싣고 온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지만, 전주시 양 구청 소속의 수거차량들은 성상 검사를 받기 위해 도로 한편에 대기 중이었다.
성상 검사는 쓰레기 소각처리장 인근 주민들로 이뤄진 주민감시단이 청소 차량에 실려온 쓰레기에 섞여 있는 소각해서는 안되는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으로 기존에는 눈대중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은 4명의 주민감시단이 덕진구 청소 차량이 싣고 온 쓰레기를 모두 바닥에 뿌려 놓은 후 긴 낫으로 일일이 종량제 봉투를 찢어가며 안에 든 플라스틱 통, 페트병, 헌 신발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소각장 앞에서 대기 중이던 덕진구 쓰레기 수거차량 운전자는 “평소 하루 7~8번을 왔다 갔다 하며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했지만, 주민감시단의 성상 검사가 강화되면서 요즘은 그 횟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회사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고 소각장 앞에서 계속 기다리느라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소각장 앞의 상황뿐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대기 시간 때문에 수거해가지 못한 쓰레기들이 주택가나 도로 곳곳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이날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인근 원룸촌에서는 분리수거대 양옆으로 몇 겹씩 쌓아 올려진 쓰레기 봉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눈을 찡그리며 여름이 아닌 겨울이라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백제대로변의 상가 앞 도로에도 버젓이 쓰레기 더미들이 방치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에 거주하는 양모 씨(27)는 “며칠 전부터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량이 오지 않는다”며 “주택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불쾌하고, 거리 풍경도 이상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쓰레기 대란이 시민들의 눈앞에 닥친 이유는 지난 9일 전주시의회가 협의체 주민들에게 현금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운영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가결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개정 조례안 가결에 반발한 주민협의체가 기존에 눈대중으로 이뤄지던 성상 검사를 강화하며 청소차량의 쓰레기 반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소각장에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쓰레기 수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완산구청의 경우 임시방편으로 완산구 삼천2동의 쓰레기 수거차량 차고지에 소각용 쓰레기들을 따로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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