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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돈 걷어 선배 졸업반지…"어차피 품앗이" "없애야 할 악습"

전북지역 사립대 재학생 페북에 글 올리며 파장 / 대학측 "불만 많아 내년부터 관행 없앨 것"

도내 한 대학의 특정 학과에서 수 년 동안 진행돼온 ‘학과 졸업 반지’제작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매년 일정 금액을 낸 뒤 졸업 선물로 단체 제작된 반지를 전달해 왔는데 올해 일부 학생이 SNS를 통해 학과 졸업 반지를 위한 금전 갹출에 불만을 표출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결국 자신들이 낸 돈으로 졸업 때 반지를 선물 받는 것이며 학교와 학과를 기념하는 ‘선후배 간 전통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과, 굳이 학과 졸업 반지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으로 ‘학생이 원하지 않은 전통은 악습’이라는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도내 한 사립대학 간호학과 재학생이 지난달 15일 익명으로 “전북에 위치한 사립대학교 간호학과에서 졸업생들에게 반지를 선물하겠다고 1학년에게 개인당 5만 원 정도의 돈을 걷는데, 이러한 전통을 통해서 부담을 느끼는 학생도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또 “평소에 4학년 선배님들이랑 조그마한 소통도 없었으며 따지고 보면 얼굴도 모르는 사이”라며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는데 왜 저희가 돈을 부담하면서까지 반지를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 대학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보내는 카카오톡 대화방 메시지가 사진으로 첨부됐다. 사진에는 “최근 졸업반지 금액에 대해 많은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축제 주막 수익금과 학생회비, 그리고 4학년 선배님(81명)들이 2만4000원을 부담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1학년(67명), 2학년(48명), 3학년(61명)은 개인당 3만6500원씩 각 학년 총무가 회수한 뒤 학생회 통장으로 모아 반지 결제를 할 계획입니다. 긍정적으로 학교 행사에 임하는 OO간호인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글이 게시되자마자 페이스북 ‘좋아요’ 와 댓글이 수 십 개가 달리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 쟁점이 됐다. ‘선후배 간 선물을 챙겨주는 것으로 따뜻하게 해석하면 되지 않나?’라는 의견도 있지만, ‘전통 같은 소리하네’라는 비판도 많았다.

 

익산지역 한 졸업 반지 제작업체 관계자는 “현재 전북과 충북, 경북, 서울 등 전국 각지의 대학교 학과 학생회에서 졸업 반지 주문을 받은 상태”라며 “이들 대부분은 10만 원 가량의 14K 금반지를 선호하는데, 학생회가 후배들에게 갹출해 선배들에게 졸업반지를 선물하는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과 졸업 반지 논란은 꼭 필요하느냐는 물음과 금전 갹출에 대한 반대는 물론, 수 백만 원의 거금을 학생들이 운영하는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학 시절을 추억하고 동문 간에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던 대학 졸업 반지가 무조건 악습으로 매도 돼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영기 대표는 “오랜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돈을 걷어 졸업 반지를 선물하는 것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즉각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학과 학생회장은 “처음에 좋은 취지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점차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유감이다”며 “일부가 악습이라고 생각되면, 없애는 것이 맞지만 이로 인해 고유한 정(情)문화마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학 본부 측은 “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 내년부터 후배들의 졸업반지 선물 관행을 없애 논란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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