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모 사단법인 필리핀 연수 학생 폭행 피해 호소 / 학부모들 "인솔교사가 때리고 프로그램도 부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잘못 버렸다고 가슴을 발로 차고, 자신의 모자를 구겼다며 근처에 있는 아이들을 주먹으로 때리고, 주먹을 맞아 넘어진 아이를 또 발로 차고, 아이들끼리 다툼을 벌인다며 뺨을 때리고…’
모 사단법인이 지난달 운영한 해외(필리핀) 어학연수에 자녀들을 참여시킨 도내 일부 학부모들이 “연수가 아니라 ‘지옥’에 가까웠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해당 학부모 5명은 22일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을 방문해 “지난달 초 도내 모 사단법인에서 실시한 필리핀 어학연수에 참가한 아이들이 인솔교사로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쓰레기를 잘못 버렸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상습적인 폭행과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들은 아이들은 연수기간 내내 한국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며 참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연수에 참여한 초등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는 “다른 학부모로 부터 자기 아들이 연수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전화를 받고 우리 아이에게 확인해보니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며 “2월 8일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 진료를 받았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해당 사단법인은 지난해 9월 22일 비영리 단체로 허가를 받았다.
법인이 출범하고 처음으로 진행된 해외 어학연수는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필리핀 현지에서 영어, 수학, 체육 등의 수업이 진행됐다.
해외 어학연수에는 도내 초·중·고교생 28명이 참여했으며 사단법인의 이사 A씨(53)와 아들 B씨(26) 등 법인 관계자 4명이 인솔했다.
그러나 법인 관계자 중 2명은 일주일 뒤 귀국했으며, 현지에 남은 A씨는 골프를 치러다녔고 실제적으로 아이들을 돌본 B씨가 상당수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 피해를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특히 국내 모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B씨가 법인 이사인 A씨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번 연수에 수학 교사 및 인솔자로 동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인의 해외 어학연수 참가자 모집과정에서 일부 학교에서는 설립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단법인의 해외 어학연수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내거나,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한 명당 230~24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해외 어학연수의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학생 상당수가 감기에 걸려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도 학부모들에게 관련 사항을 전달하지 않았고, 수학 과목은 제대로 수업이 진행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등 지출한 비용과 사용한 금액의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연수에 다녀온 아이가 피부병과 비염, 잇몸질환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정기관이나 교육당국, 대학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아닌 민간 법인이 직접 학생들을 모집해 실시한 해외 어학연수가 논란을 부른 것은 관련 당국의 관리 체계 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단법인의 허가와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전북도 기획관실 관계자는 “누구나 학생들을 모집해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며 “다만, 법인은 일반적으로는 전년도 실적과 회계 등을 다음 연도에 평가해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논란이 된 법인이 사업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인 취소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부모들이 해당 법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해옴에 따라 전북지방경찰청과 전북도교육청은 학교 밖 폭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 해당 법인 이사 A씨는 “쫑파티 사진 등을 보면 학생들이 재밌게 생활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부가 정신 치료를 받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은 유감”이라면서 “해당 인솔자는 일방적인 폭력이 아니라 일종의 체벌을 행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수에 참가한 자녀를 보러 현지에 온 학부모 및 지인과 새벽에 두 차례 함께 골프를 친 것이 전부”라며 “수학 수업이 부족했던 것은 오히려 학생들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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