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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촛불,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결정하였다. 박근혜 씨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였으며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박 씨는 최서원(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 농단에 관련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최씨의 이권추구를 도왔다. 최 씨에게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기밀을 유출하도록 지시 또는 방치하였다. 최 씨 등의 국정 개입 등이 문제되고 나서도 박 씨는 진실성이 없는 사과를 하였을 뿐 아니라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러한 박 씨의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였으며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이러한 결정은 이미 국민 대다수가 내린 결론을 확인한 것이다. 한겨울 내내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고 대통령 퇴진을 외쳐야 했던 시민들은 이제 비로소 생업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만족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 한 마디에 공무원들이 잘리고, 세월호 사건 수습과정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이나 세계일보 사장의 해임 등에 관한 압력행사 부분은 헌법 위반의 혐의를 비켜갔다. 대통령 파면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아직 관련 범죄에 관한 수사가 진행중인 시점에서 재판정에서 이뤄지는 공방을 통하여 수많은 사실을 엄격하게 밝히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는 사유만으로 파면결정을 하는 데 충분하므로 여러 가지 사유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넘어서서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그리고 이 결정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다치고 가슴 아파하는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했다면, 이러한 마음을 결정문에 담지 못한 것은 아쉽다. 헌법재판소 결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미건조한 법리만 전개하는 것은 아니고 헌법적 가치의 실현과 정치적 통합을 추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정문에서는 박 씨와 최 씨 등에게 돈을 제공한 대기업을 피해자인 것처럼 보고 있으나 이들도 이런 행위를 통해 많은 이익을 얻은 공범이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엄정한 검증을 회피하도록 도운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사법부의 책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이제껏 단 한 차례도 심리기일을 열지 않았다. 선거소송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이었던 자가 파면되었으니 청구를 각하할 일만 남은 것인가? 어떠한 정치적 부패도 정치인이나 공직자 한 사람의 시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을 파면한 사건은 실로 그 의미가 중대하다. 차가운 한겨울의 광장은 시민들의 정치적 각성의 시간이었고 뜨거운 민주주의 실천의 현장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국민의 신임이 철회되면 어떠한 권력도 더 이상의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면서 체험한 국민 주권주의, 민주주의는 앞으로 모든 시민의 한 평생에 걸쳐 민주국가를 지탱하는 굳건하고 건강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은 파면되었으나, 우리는 이제 겨우 우리들의 문제를 정상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길에 들어섰을 뿐이다. 정치적 부패를 막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대표 선출에 반영될 수 있는 선거법을 마련하는 것은 당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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