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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받은 뇌물, 수첩에 적혀있다"

뇌물 공여자 '보험 차원' 장부, 최근 비리사건 살생부로

“당신이 받은 뇌물은 수첩에 적혀있다”

 

누군가 내미는 부적절한 금품 앞에 선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꼭 생각해봐야 할 말이다.

 

검찰 재량사업비 수사와 경찰의 익산 골재채취업체 비리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뇌물 장부다.

 

검찰 수사에서는 업자의 뇌물장부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리베이트를 받은 전·현직 의원들의 ‘살생부’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 역시 뇌물이 오간 내역이 담긴 장부를 확보하면서 공무원들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뇌물 공여자들은 ‘보험’ 차원에서 비밀 장부에 뇌물이나 향응을 제공한 사람, 액수, 장소와 시각까지 꼼꼼하게 기입해 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장부가 수뢰자들에게는 살생부가 되지만 수사기관에게는 ‘스모킹 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스모킹 건은 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때 나오는 결정적 증거를 일컫는 말이다.

 

전주지검은 8일 전 전북도의원 노석만 씨의 구속사건에 대한 설명에서 “사건 기소전이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해줄 수 없지만 진술 증거 외에 유력한 증거가 있어 구속됐다”고 밝혔다.

 

노 씨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체육시설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고 노 씨가 운영하는 가구업체와의 허위계약서 장부를 확보했다. 노 씨는 이 장부를 토대로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결국 노 씨는 구속됐다.

 

노 씨 사건과는 별도로 검찰이 지난달 구속기소한 태양광설비업체 대표 김모 씨도 이른바 ‘뇌물 장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장부에 누구와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명절 선물 내역까지 일일이 꼼꼼하게 기입했다는 말이 퍼지고 있고, 검찰은 이 장부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가 이 장부를 공개하지 않고 검찰에 일부 정보를 흘리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수사 방향을 이끌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익산 골재채취업체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에서도 이 같은 ‘뇌물 장부’가 존재했다.

 

경찰은 업체로부터 뇌물이 오간 것으로 보이는 장부를 확보해 공무원들의 명단을 확인했으며, 장부에는 공무원의 이름과 금품 제공 내역, 날짜 등이 세세하게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는 담당 부서 일선 공무원부터 국장급까지 금품과 향응 제공내역을 ‘급’별로 차별을 두면서 뇌물을 제공했다.

 

경찰이 확보한 이 장부는 결국 부메랑이 돼 공무원들의 입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검찰의 재량사업비 수사결과 구속된 전·현직 전북도의원은 2명, 업자는 2명이며, 검찰은 업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된 의원이 최소 3~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세종,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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