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사지 않으니…마트에서도 받지 않아 / 적합검사 통과한 계란 '안전하다고 말해주길'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산란계 농가는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농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간 유통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17일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의 한 식용란 수집판매업소(중간유통업체)를 찾았다. 이 업체는 도내 120여 곳의 중소 마트에 계란을 공급하는 곳으로, 전북과 전남 등 9곳의 농장에서 계란을 수급해 온다.
업체의 저온창고에 들어서자 계란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 업체 전병익 대표는 “계란이 이렇게 있으면 안 되거든요. 하루 이틀 정도 보관할 것 생각해서 5000에서 8000판 정도는 두지만, 지금 1만5000판이 넘게 쌓여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납품이 늦춰진 것들이었다.
저온창고 한켠에는 ‘반품’이라 쓰인 푯말 아래 계란 150여 판이 쌓여있었다.
이곳에 있는 계란은 모두 마트 등에서 진열됐다가 반품돼 보관 중인 것으로, 모두 폐기할 예정이다.
계란의 유통기한은 영상 18도 이하에서 45일이지만, 한 번 매장에 진열됐다가 다시 들어온 계란의 경우 표면에 물기가 생겨 계란의 숨구멍을 막게 돼 쉽게 상할 수 있다.
농장으로부터 계란을 받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어려운 실정이다. 중간 유통업체들은 농장과의 신뢰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또 마트에 납품하더라도 마트에서 물건을 빼달라고 하면 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재고가 쌓여만 가는 상황이다.
이날 지도 점검을 위해 업체를 방문한 덕진구청 관계자는 “전주 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나왔고, 적합성 검사 결과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민들의 불안이 매우 큰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쌓인 계란을 가리키며 “모두 적합검사를 마치고 먹어도 문제 없다고 판명된 것들인데, 소비자들이 시·도별 고유번호만 보고 문제가 된 곳의 계란은 사지 않는다. 소비자가 사지 않으니 마트에서도 받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날 반품돼 들어온 계란에는 13이라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전남에 있는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인데,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전남에서 납품하는 계란은 마트에서 모두 반품했다.
업체 직원들도 마트 등에 계란을 납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지만, 가져간 계란을 내려놓기는커녕 반품된 계란들로 물량은 더 늘어나는 실정이다. 매출도 전날보다 3분의 1로 떨어졌다.
전 대표는 “매출이 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금 창고에 보관 중인 계란이 1만5000여 판인데, 오늘이 지나면 2만5000에서 3만여 판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상황이 길어진다면 손 쓸 방법이 없다. 검사를 통과한 계란은 안전하다고 정부나 언론에서 제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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