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항의 전화 빗발
개점 이틀 만에 업종 변경
부모·자녀 세대차 문제도
전주도심 한복판에서 ‘청소년 클럽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콜라를 마시는 청소년들의 모임 공간이 마련됐다가 사라진 것인데, 학부모들의 반대로 이틀 만에 업종이 변경됐다.
과거에도 ‘콜라텍’은 만연했는데, 청소년들이 음료를 마시며 즐기는 공간을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클럽 하려다 항의로 접어
청소년 클럽 논쟁의 발단은 이달 중순이다. 전주시 효자동에 한 클럽이 영업을 개시했다. 14세 이상 19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콜라 등 음료수를 마시는 공간이었다. 학생증은 필수이고, 술과 담배는 지참할 수 없었다.
청소년을 저격한 메뉴판도 있다. 콜라 1병에 3000원인데, 냅킨이 포함된 콜라 6병 세트는 2만6000원이다. 초코·딸기맛 우유도 3000원이었다.
그러나 이 업소는 개점 이틀 만에 업종을 변경했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소년클럽은 학부님들의 항의 전화와 아직 준비가 미흡한 저희의 사정으로 영업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는 공지가 소셜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항의 전화 실화냐’, ‘요즘 시대에 누가 전화해서 영업 방해하냐’ 등 황당하다는 표현의 댓글이 수백 개 가 달렸다.
학부모의 눈길은 싸늘하다. 한 학부모는 “밀폐된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순수하게 콜라만 먹을 것 같지 않다”며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의 탈선과 나아가 범죄 우려도 대단히 높다”고 맞섰다.
감정싸움이 겹치자 해당 업소는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는’ 클럽으로 변경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미흡한 준비였다”고 말했다.
△과거 콜라텍은 사라지고 중·장년 사교댄스 장소로 변질
1990년대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클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생겨났던 이른바 ‘콜라텍’은 현재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주에는 코아호텔과 서도프라자 등 8곳에 콜라텍이 성행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폐업했고, 일부는 무도장으로 전락했다.
28일 오후 1시 전주시 태평동의 모 콜라텍의 방문을 거부당했다. 여기는 콜라를 마시며 사교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
점심시간에도 우렁찬 음악과 ‘하나 둘 하나 둘’ 박자를 외치는 소리가 창밖으로 흘러나왔다. 중·장년이 모여 사교댄스를 하고 있다는 게 관리인의 설명이다.
그는 “학생들이 콜라 마시는 ‘콜라텍’은 사라진 지 오래다”며 “여기는 전주에 마지막 남은 콜라텍 업소이지만, 청소년은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전주시 문의 결과 시내에 ‘콜라텍’이라는 상호를 정식 등록한 업소는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콜라텍은 별도의 허가 사항이 아니어서 통계에 정확히 잡히지는 않는다”면서도 “기존에 있던 콜라텍들은 대부분 폐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콜라를 마시는 업소를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며 “별도의 허가가 필요한 업종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승혁 우석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이 놀고 싶고, 부모들이 이를 제어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부모의 반대가 외부적 표출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매체의 발달로 표현의 방식이 많아진데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가정 교육 시간도 부족해 자녀를 이전처럼 통제할 수 없는 구조를 띠면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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